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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폴 칼라티니

계속 갈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by 파일럿

내가 아끼는 모든 사람들게 추천하고픈 책


모두에게 추천하고픈 책 (1).png



책을 한 마디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 연령까지 살 것으로 생각하고 하루를 살아나간다. 내일이, 내년이, 5년, 10년 뒤에도 당연히 나와 주변 사람들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하고, 오늘 주어진 하루를 무감각하게 살거나,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희생을 감내하기도 하고, 다음에 마음을 표현할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침묵한다.


이 책은 현재를 희생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직업적 소명과 삶의 의미를 고민하며 신중하게 삶을 살아온 젊은 의사의 암 투병기이다. 그의 생각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삶은 유한하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느끼게 해준다.




핵심 아이디어

- 삶은 유한하다. 삶의 의미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인간관계라면,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의미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하는 것 같았다.

-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 폴과 내가 서로의 삶에 깊은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삶에 적용하려면?

- 삶의 유한성과 불확실성을 상기하며, 현재에 충실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주저 없이 마음 표현하기.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

사람들은 5년 후에 뭘 하고 있을까 늘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5년 후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할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책 중에서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브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크게 성공했음에도 미덕을 중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정말로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었다.


피질 중에서 가장 침범해선 안 되는 곳은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이다. 보통 좌뇌에 있는데,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라 불린다. 전자는 언어의 이해를, 후자는 언어의 표현을 담당한다. 브로카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남의 말을 이해하더라도 본인은 말을 하거나 쓸 수가 없다. 베르니케 영역이 손상되면 말은 할 수 있지만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

뇌에서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과 표현하는 영역이 구분돼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의사의 책무는 무엇이 환자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지켜주려 애쓰되 불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을 허용해 주는 것이다.


통계 자료와 나의 관계는 내가 환자가 되자마자 달라져버렸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면 쉬울 텐데요. 2년이 남았다면 글을 쓸 겁니다. 10년이 남았다면 수술을 하고 과학을 탐구하겠어요.


예전에 내가 맡았던 환자들처럼 나는 죽음과 마주한 채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했다.


의사는 병에 걸리는 느낌이 어떤지 추상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진짜 아는 것이 아니다. 그건 사랑에 빠지거나 아이를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

요새 생각하고 있는 것들. 꼭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들.


삶의 의미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 인간관계라면,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의미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하는 것 같았다.


결국 이 시기에 내게 활기를 되찾아준 건 문학이었다.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가 나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돌아보는 곳마다 죽음의 그늘이 너무 짙어서 모든 행동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심연에 직면하여 한없이 위축된 한 사람과 그를 바라보는 또 한 사람. 결국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였다.


사람들은 5년 후에 뭘 하고 있을까 늘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5년 후에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죽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건강할 수도 있다.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될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우며,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내 목숨은 사라졌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서평 중에서


이 책에는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과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독자들은 잠깐 내 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그는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오랜 시간 씨름했고 이 책은 그 본질적인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우리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결혼 생활을 지키는 비결은 한 사람이 불치병에 걸리는 거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불치병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서로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게 대하며, 감사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폴과 내가 서로의 삶에 깊은 의미가 될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서로 다른 자아로 살아간다. 이 책에서 폴은 의사이기도 하고 환자이기도 하며, 의사 겸 환자 관계 속에 놓여있기도 하다. 그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만이 가진 명료한 목소리로 말하지만, 다른 자아들도 존재했다. 아쉽게도 이 책에는 폴의 유머 감각(그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다.), 상냥함, 다정함, 그가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가 온전히 담겨 있지는 않다. 그래도 이것은 폴이 직접 쓴 책이다. 그 시기에 그가 낸 목소리이며,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이다. 이것이 바로 그가 쓰려고 했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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