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어느새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친구에 대한 이야기

by 파일럿


책을 한 마디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 중 가장 대중적인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가상의 친구 기능을 하는 AF (Artificial Friend)인 클라라의 관점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책이 발간 된 5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먼 미래의 일을 다룬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생각했을텐데, 그사이 어느새 곧 우리가 현실로 경험하게 될 일처럼 느껴져 사실적이기까지도 하다.


작가가 책 속에 그린 미래는 어린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가상 친구인 AF는 물론이고, 유전자 조작을 이용해 어린이들의 유전자를 향상시키는 것도 일반화 되었으며, 향상되지 않은 어린이들은 사회의 낙오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의 일자리를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돼, 직업을 잃은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1) AI, 로봇 도입에 저항하며 투쟁하는 사람들과, 2) 이제야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하는데에 시간을 쏟게 돼, 오히려 직업을 잃은 것이 잘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의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이뤄 모여 산다.


작가는 일부러 "미래적인 부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소설 속에서 하지 않고 있어, 독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준다. 확실하진 않지만, 초/중/고등학교가 사라진 듯 하고, 아이들은 대신 ‘오블롱‘이라는, 아마 타블렛과 같은 기기를 사용해 집에서 본인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온라인으로 받는다. 대학교는 여전히 남아있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대학교에 들어가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끼리 만나게 하여, 마치 play date를 하듯 사회적 능력을 기를 수 있게끔 도와준다. 홈스쿨링 탓인지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이 시간을 두려워하며 불안에 떤다. 사회적 불안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소설 속 컨셉은 지금의 어린 세대들이 전화보다는 문자, text를 선호하는 실제 사회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Screenshot 2026-02-18 180430.png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촬영 중이라고 - 클라라는 웬즈데이로 유명한 Jenna Ortega가 맡았다.



책의 화자인 클라라는 AF로 관찰과 데이터 수집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인간 표정의 미세한 변화와 목소리 톤, 신체 언어를 분석해서 패턴을 찾아내고, 감정을 예측한다. 그리고 자신을 선택한 조시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클라라의 시점으로 책이 서술됐다는 점이 너무나 기발하고 신선하다. 복잡한 감정을 가진 인간이 아닌, 오히려 순수한 로봇의 관점에서 인간의 복잡한 행동들을 해석하는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아래 부분 - 친구들과 사회화 실습을 하는 조시를 관찰하는 클라라의 생각이다.






나에게는 무척 유용한 교훈을 준 일이었다. 나는 조시에게 ‘달라지는’ 면이 있다는 것, 내가 그것에 적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런 특성이 조시에게만 있는 게 아님도 알게 되었다. 매장 쇼윈도에 디스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으려 한다는 것, 또 그 순간이 지난 다음에 그런 일시적 모습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매장 쇼윈도에 디스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면을 마련해 놓는 것일 뿐이며, 그때의 행동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복잡하게 만들고, 때로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하는지. 하지만 그 ‘감정’이야말로 인간을 로봇과 구분지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하지만, 결국 AF인 클라라도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클라라가 느끼는 감정은 인간과 같은 ‘생물학적 감정’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클라라는 관찰과 학습을 통해 감정의 본질(헌신, 희생, 사랑)을 인건보다 더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비록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간과 다를지라도 몰라도, 그 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실천‘은 인간과 다를바가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더 순수한 형태의 실천이다.





책 중에서




“아까 네가 한 말 말이야. 조시가 좋아질 거라고. 특별한 도움이 찾아올 거라고. 그냥 하는 말인 거지?”


“죄송해요. 어머니, 의사 선생님, 가정부 멜라니아 모두 조시의 상태를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는 거 알아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태라는 것도요. 그렇지만 저는 조시가 곧 좋아질 거라고 기대해요.”


“그냥 희망이야? 아니면 네가 기대하는 뭔가 구체적인 게 있는 거야? 우리가 아직 모르는거?”


“제 생각에는… 그냥 희망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진짜 희망이에요. 저는 조시가 곧 좋아질 거라고 믿어요.”


그 뒤로 한동안 어머니는 말없이 창밖을 멍한 눈빛으로 응시했다. 나는 어머니가 우리 앞에 있는 도로를 과연 볼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너는 똑똑한 에이에프야. 어쩌면 우리가 못 보는 걸 보는지도 모르지. 네가 희망을 갖는 게 맞는 일일 수도 있지. 네가 옳을지도.“


- 인간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나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부분



”그게 어떻게 조시한테 도움이 된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설명할 수가 없어요. 폴 씨는 제 말을 믿으셔야 해요. 저는 쿠팅스 머신을 찾아서 파괴할 수만 있다면 조시가 완전히 회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카팔디 씨나 초상화나 제가 조시를 얼마나 잘 배울 수나 있나 하는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 우리가 얼마나 파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그 제한된 지식을 바탕으로 엄청난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지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다니 매우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호의를 잃고 싶지 않아 토달지 않고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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