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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일럿 Mar 09. 2024

나는 왜 글을 쓰나

바질이 말합니다. "너는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가 있어."

많은 시간 동안 나는 정체성의 부재로 힘들어했다. 나는 누구인지, 내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맡은 일이나, 나의 쓸모와 같은 외부적 요소에 자존감을 의지했다.



그런 나의 20대 시절 삶의 모토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 였다. 매일같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통해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내가 무엇을 성취했는지, 내가 하는 일이나 연봉,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서 자존감을 얻으려고 했고, 내 존재 자체에 본질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치열했다. 그러다 어쩌다 한 번 나쁜 평가를 받으면 무너졌다. 덕분에 자소서에 넣을 만한 성취들은 많이 이뤘지만, 내면은 마치 속이 텅 빈 나무 같았다. 그렇게 우울과 불안이 찾아왔고, 이는 외부의 인정만 쫓느라 내 내면을 돌보지 못한 결과였다.



남들이 보기엔 늘 평균 이상의 성취를 해왔지만, 내 자신에 대해 겸손함을 넘어서서 항상 낮게 평가하는 Self-depreciation 경향이 심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상대방이 나를 좋게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심장이 뛰었다.



최근에 나는 자기 정체성, 그리고 나에게 내재된 가치에 대해 희미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평가는 너무나 관대한데, 그런 관대하고 너그럽고 따뜻한 평가를 소중한 나 자신에겐 여태 왜 하지 못했을까.



나의 가치는 직책이나 맡은 업무, 급여,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같은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에 좌우되지 않는다.



나는 나 자체로 고유한 가치가 있다.



마치 이 바질처럼... 잘 자라줘서 고마워 바질



내 일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를 완전히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하나의 경력을 넘어서 다양한 관심사, 관점,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하고싶은 일들이 있다. 보다 진정한 나와의 연결을 통해 나는 내면에서부터 나를 정의하려고, 그렇게 생각을 바꿔 나가고 있다.



그 여정은 글쓰기를 통해 검열되지 않은 날것의 생각과, 나를 행복하게 해준 음식 메뉴, 내가 키우는 바질과 같은 잡다구리한 것들에 대해 쓰며 내 감상을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 이 브런치는 내 경험, 관심사, 고뇌, 깨달음과 성장의 과정을 담아내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타인의 인정과 공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내 정체성을 찾기 위해 글을 쓴다.



앞으로 갈 길은 멀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하루하루가 조금 더 쉬워지겠지. 여러분들의 하루 하루도 조금씩 더 쉬워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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