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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Jul 15. 2019

필름 카메라로 담은 연남동

생애 처음 필름 카메라

그게 뭐라고 몇 번을 고민했던 것 같다

힙스터들의 필수템으로 필름 카메라가 유행하고 난 뒤에 겨울부터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필름 카메라를 샀다.


평소 익숙했던 곳을 필름 카메라로 찍으니 낯설게 느껴졌다. 제대로 찍히고 있는 건지 싶기도 했다.

필름 카메라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과 노이즈가 있다. 나름 기대했던 느낌과 비슷하게는 나왔다. 아 그리고,

사용하는 모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어깨가 가볍게 나갈 수 있었다.

요즘은 휴대폰 카메라도 화질이 좋아 굳이 디지털카메라가 없이도 충분히 괜찮은 사진을 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왜 필름 카메라를 사냐고 물어보면 어찌할 수 없는 순간이 담기는 게 좋다.

필름 카메라는 수정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수직과 수평이 맞춰졌는지, 어떻게 사진이 찍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내가 찍은 그대로가 남는 셈이다. 뭔가를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냥 잘 찍혔겠거니 하고 걸어 다니면 된다. AI가 면접을 보고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요즘 같은 디지털 세대에 개인이 차마 바꿀 수 없는 빛, 구도, 색감 그 시간 그대로가 앵글 안에 담겨서 아날로그 감성에 우리가 다시 열광하는 건 아닐까 싶다.


도르륵도르륵 필름 감는 소리가 돌아가는 게 재밌다. 하나 찍을 때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묘하게 게임 같은 기분이 든다. 사진마다 셔터가 눌러지는 딱 한 번뿐인 것을 느끼게 돼서 순간에 집중을 하게 된다.


연남동 공원을 찬찬히 걸었다. 좋아했던 인테리어 가게도 들르고, 동진시장에 가서 귀걸이도 사고, VR 테마파크도 갔다.



인화의 경우, 장당 400원으로 하루 정도가 걸렸다.

사진을 기다리는 동안 설렜다. 물론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정리할 때도 설레지만 결과를 알 수 없는 만큼 오늘 내 하루가 어떻게 담겨있을지 모른다는 게 설렜다.

사진이 따끈따끈하다. 새로나와 서도 있지만 말 그대로 갓 프린트한 사진이라 따뜻하다. 처음 찍어본 필름 카메라는 구도도 빛도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좋았다. 앞으로도 혼자 뒷북치면서 종종 필름 카메라를 들고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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