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

어른의 책과방

by RachelJane

강하고 아름다운 할머니



1. 줄거리


하고는 운이 지지리도 없다. 태어나보니 엄마는 자기를 버렸고 키워준 할머니도 스스로의 비정한 운명을 하고의 탓으로 돌려내느라 바쁘다. 할머니의 약을 위해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고 왜소한 여자의 몸을 감추기 위해 헬맷을 벗지 않으며 야간 배달까지 하지만 아등바등할수록 마이너스인 인생을 살아간다.


부모로부터 등진 삶을 산다는 공통점으로 16살에 만난 친구 두사람. 남자 하나 여자 하나. 하고는 그를 사랑했고 그녀를 가족으로 여겼으나 하고는 손쉽게 그들에게 기만당했다. 그들은 하고를 호구라 불렀으니까.


그런 삶이 지겨오진 하고는 자연사를 택한다. 무너질듯한 집에 누워 아무것도 취식하지 않은채 누워서 삶을 마감하는 것. 며칠이 지나자 정신이 흐려지고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는데, 환각과 환청을 들은 것인지 얼굴은 70대인데 몸은 보디빌더인 할머니 세 사람에게 발견된다. 하고가 정신을 차린 곳은 구절초리라는 세상에 동떨어진 산너머 바다를 낀 시골동네. 그 동네의 할머니는 하나같이 근육질이며, 마을의 가장 큰 연중 행사는 체육대회인 곳.


그곳의 할머니들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생기고 힘이 세지는 몸을 가지고 태어난다.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욕했다. 나와 다른 이들에 대한 노골적인 폭력을 피하기 위해 세상에서 동떨어진 곳에 만들어진 마을. 과연 마을이 만들어진 사연은 슬프지만, 그곳은 따뜻하고 온정이 넘치며 무엇보다 언제나 생기 넘이규 씩씩한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곳. 하고는 그곳에서 할머니들과 생활하며 삶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2. 감상


20살이 조금 넘은 하고나, 70세가 넘은 할머니들.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얼마나 선량하고 열심히 사느냐와 관계없이 사회로부터 외면 혹은 멸시를 당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주류로부터,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보편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소외당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기까지 적으면 이 소설이 마치 음울하거나 답답하려나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하고는 솔직하고 할머니들은 유쾌상쾌통쾌호쾌 그 자체. 할머니들의 마을은 무해한 유토피아로 보이기까지 한다. 살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근육질 할머니 품에 안기고 싶달까. 진짜 그런 마을이 존재한다면 몸과 마음을 충전하러 주기적으로 가고싶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 투닥거려도 맛있는 것들이 생기면 부리나케 나누고 어려움에 처한 이가 있으면 바지단을 영차 걷어올리고 누구랄거 없이 모두 앞장선다.


내가 그들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던 이유는 그들이 마을의 가장 크고 화려한 행사로, 매년 체육대회를 연다는 것이다. 모래수레 끌기, 대형 타이어 옮기기와 같이 웬만한 차력쇼 저리가라 할 정도로 괴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들로 이루어져있다.


나는 그들이 사회로부터 배제된 이유인 그들의 모습, 근육질의 힘센 체구를 활용해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 그것이 그들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이겠지. 그들이 혼자가 집단으로 이루어져있음이 너무나 다행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체육대회는 커녕 자기혐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할 확률이 컸을 것이다.



사회적 외향인을 가장하고 살아가는

찐 내향인인 내게 요즘의 화두는 타인이다.

나는 아주 친밀한 이들을 제외한 타인과 지내면 에너지가 고갈되고 약속을 잡으면 취소되길 바란다. 혼자인게 편하다고 느끼고 취미는 대부분 혼자하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과 연결되길 원하고 그 안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먼 과거 수렵사회에 각인된 유전자의 힘이겠지.

이런 나에게 하고와 할머니들의 유대는 너무나 이상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나도 그들 마을에 초대되어 같이 살고싶다. 나는 언제나 이런 비주류의 연대에 끌린다.


내 삶을 돌아보면 외현적인 것은 대체로 주류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구성하는 내면의 것들은 언제나비주류라고 생각해왔다. 좋아하는 음악의 종류도, 영화도, 추구하는 라이프도 다수의 것은 아니라 그런것일까? 그래서인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무턱대고 환대하느라 바빠진다.

스스로를 비주류라 여기는 이유는 아주 많겠지. 이유야 갖가지이고 저마다 크고 작은 영향력을 미쳤을테니 굳이 따지고 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난 어쩐지 빛이 비춰지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간다. 조용히 마음속으로 어느 곳에서나, 모든 분야에의 소수자들을 응원한다. 마을의 모습과 할머니들의 모습이 떠올려지는 유쾌한 소설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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