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맞춤

(feat. 봄날의 동아리방)

by Rachel

입학 전부터 나는, 동아리를 찍어 놓았다.

검도 동아리는, 입학 신청을 하던 그날부터 정해놓은 선택이었다.

누구도 말릴 수 없고, 나 스스로도 물러설 수 없는 선택.


입부하기 전, 동아리를 먼저 찾아가 봤다.

나는 그날 가자마자 입부신청서를 썼고, 선배들은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검도 하고 싶어서 왔어요!"

라는, 당돌하고도 엉뚱한 신입생이 많이 웃겼나보다.

나는 6학년이 되던 해, 동생을 부러워해서 딱 3일 검도장을 다녀본 적이 있었다.

도복을 입고 좋아서 내려오다가 눈썹이 찢어져서, 그날로 검도장을 그만두긴 했지만.

그 이후, 검도에 대한 동경이 생겨서, 나는 검도를 꼭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살이 되자마자 도전을 하기로 했다.

나의 우울과는 상관없이, 하고 싶었던 건 하고 싶은 거니까.



입부 신청서에 과를 적고 있으니, 회장 선배 대신 있던 16기 선배가 말했다.

"어, 이거 같은 과 있었는데. 걔는 검도했던 남자애야. 기다리면 올 거니까, 기다려 봐."

그 안에 있던 선배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날 만큼, 나는 설레 있었다.

16기 남자 선배 한 명

15기 남자 선배 한 명

18기 여자 선배 한 명.

어색한 공기 속에서 나는 소파에 앉아 나와 같은 과라는 신입생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내내, 나는 그 애의 얼굴을 덧그려 보았다.

어떻게 생겼을까?

잘생긴 건 필요 없고, 목소리만 좋았으면 좋겠다.

나는, 목소리 좋은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하며 막상 기다렸을 때, 동아리 방 문이 열렸다.


봄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두꺼운 회색 후드 티, 안경을 쓴 남자였다.

나는 선배인 줄 알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다.

그러자, 16기 선배와 15기 선배가 빵 터지며 말했다.

"쟤가 네 동기야. 너랑 같은 과."

"아. 그래도.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서로 어색한 인사를 할 때, 들린 낮은 목소리.

무심한 눈초리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던 발걸음.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던 처음 든 생각은

'목소리 좋다'였다.


그리고 본 얼굴은-

산적이었다.


음, 말 그대로.

거기에, 산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