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너의 빛을 닮고 싶어)
안녕하세요, 감성 DJ D입니다.
오늘의 선곡은 낮달을 닮은 친구, 지나를 위한 선곡입니다.
제게 상록수 같은 진진이가 있었다면,
제 곁에는 늘 낮달 같은 지나도 있었습니다.
환하게 빛나지는 않아도,
밤이든 낮이든 때마다 저를 비춰주던 친구였지요.
하바별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시.
윤동주의 시를 본떠 만든 도서 동아리의 부원이었던 지나.
그리고 과학 동아리에 몸담고 있던 나.
우리는 희야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기억하지만, 인연은 그보다 더 오래 전이었습니다.
점심마다 도서관을 찾던 나는, 지나가 낯이 익었습니다.
책을 빌릴 때마다 자꾸 눈길이 갔으니까요.
나는 진희가 지나에 들어서 물끄러미 보곤 했는데,
지나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나 봅니다.
어느 날, 진희가 물었습니다.
“너 왜 그렇게 봐?”
“응?”
“나 빤히 보잖아.”
“아, 이름 보니까… 아는 사람 같아서 그랬어.”
“내 이름?”
“친구들이 멀리서 부르는 소리 들었어. 지나 맞지?”
“응.”
“그래서 반가워서. 난 네가 마음에 들어서 그랬어.
불쾌했다면 미안해.”
“아, 이유 없이 빤히 보길래 내가 맘에 안드나 했어.”
“그건 아냐. 그냥, 너를 보면 기분이 좋아서.”
그때였을까요.
우리가 가까워질 걸, 어쩐지 예감했던 순간은.
그렇게, 나는 지나와 처음 만났습니다.
서로 이름을 통성명하고, 악수를 한 건 희야의 소개 덕분이었습니다.
"인사해. 여긴 도서 부원 지나."
"안녕, 난 D야. DD라고 불러도 되고, 곰곰이라고 불러도 돼."
나는 나의 별명을 오픈하며 지나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난 DD라고 부를게. 난 지나야. 잘 부탁해."
살짝은 차갑지만, 반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지나의 말이 너무 좋았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 같아서-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하나 더 만난 느낌이랄까요.
그 때는 그래서 지나를 만난 날이 더 기뻤습니다.
그 즈음의 나는, 자기혐오에 빠져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 친구들을 만난 게, 참 다행이었지요.
태양 같은 써니,
나의 빛인 빛나,
나의 바다 같은 희야,
그리고 낮달 같은 지나.
완벽한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일까요.
깊은 우울의 바다에서 나는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우울의 끝에서 만난, 나의 바다들.
우울의 바다에서 만난, 나의 빛과 소금들.
나의 태양들, 그리고 낮이든 밤이든 비춰주는 나의 낮달.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살아 있을 수 있었을까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지나까지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요.
지나는 늘 담담한 빛처럼, 고요한 낮달처럼 있어준 친구였어요.
친구들 중에 가장 말이 없지만, 화를 내야 할 때는 같이 화를 내주는 친구였습니다.
마음의 길을 잃은 날에는, 마음의 길을 잃은 게 뭐가 대수냐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면, 마음의 길을 잃은 게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위안을 얻고는 했지요.
네가 길을 잃었으면, 내가 길을 찾아주면 될 것 아니냐고.
너에게는 우리가 있으니 너무 겁먹지 말라고 말해주는 친구.
나는 그런 친구가 있어서, 너무 행복한 고교시절을 보냈습니다.
첫사랑의 상처에도 내가 너무나도 잘 살아갈 수 있을 만큼요.
혼자 있는 시간에는 첫사랑 상처에 메말라 있었지만
같이 있는 동안에는 그 상처를 잊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나가 낮달이라 생각하고
가끔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그러면 거기에는 낮달이 가끔 떠 있어요.
낮달같이 언제나 볼 수 있는, 나와 함께 있는 존재.
그런 사람이 지나니까요.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두 곡입니다.
낮달 같은 지나를 떠올리게 하는 곡,
Huntrix – What it sounds like,
Miiro - 계절범죄
담담하게 빛을 내던 순간도,
길을 잃은 마음을 함께 헤매주던 순간도—
모두 지나의 결을 닮아 있습니다.
지나야.
나는 네게 많은 것을 받았어.
너에게 위안과 위로를 받았고,
가장 많이 미안함을 느끼기도 해.
내가 너에게 받은 만큼, 나는 너에게 해 주지 못한 것이 많다고 느끼거든.
너에게서 받은 위로와 위안을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보답할 수 있을까?
친구 사이에 그런 거 뭐가 필요하냐고 말하는 널 볼 때마다
내가 진짜 사람 잘 만났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
사랑하는 나의 친구 지나야.
언제고 네가 힘들 땐, 연락해줘.
내가 받은 위안과 위로만큼 늘 너의 곁에서 위로가 되고 싶어.
오늘의 선곡은 어떠셨나요? 마음에 닿으셨을까요?
조심스럽게, 여러분께 여쭙고 싶어요.
당신의 낮달은, 누구인가요?
낮달이라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실까요?
다음 트랙도 기대해주세요.
여러분의 선곡표를 기다립니다.
감성 DJ D였습니다.
당신의 조각들을, 제게 들려주세요.
일상 속 진공 같았던 순간, 누군가와의 온도차,
사소하지만 오래 남는 그 말들을—
당신의 노래와 함께 보내주세요.
다음은 당신의 선곡표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