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우리 기수의 기둥이었던, 너)
안녕하세요, 감성 DJ D입니다.
오늘은 생일자 특집으로 마이크 앞에 앉았어요.
사실, 생일이 한달이나 지났지만, 축하의 마음은 아직 늦지 않았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의 동기 용용이의 생일 헌정 선곡을 남겨봅니다 :)
신입생 시절, 우리는 유난히 노래방을 좋아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맥주 한잔 뒤에는, 꼭 2차나 3차로 노래방에 가곤 했지요.
그중 노래를 가장 잘 부르던 사람은 둘.
진진이와, 그리고 용용이였습니다.
특히 용용이는,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곤 했습니다.
동기들이 하나둘 군대로 떠나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용용이는 저의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빈 자리를 느끼며 슬퍼할 때마다, “내가 있잖아.” 하고 말하는 것 대신 어깨를 두드리던 그 든든함.
아마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요.
군대에 가기 전에도, 용용이의 ‘보살핌(?)’은 계속되었습니다.
진진이나 용용이, 산적.
셋이서 무슨 작정이나 한 듯, 늘 저를 챙겨주곤 했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회 부적응자였기 때문에,
그 시절 그들이 나를 그렇게 케어해 주었던 거라는 걸.
그걸 깨닫고 한참 멍해 있었습니다.
부적응자인 나 때문에, 같은 또래였던 그 애들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어서요.
애들 다 군대가고 나니 동아리가 얼마나 빡세던지.
같이 있던 동기 없어지면 여자들이 버티지 못한다는 선배들의 말이 여실히 와닿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는 버텼어요.
조금만 버티면 누군가는 돌아올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내 곁에, 용용이도 있었으니까 생각보다 할만 했어요.
아니, 그렇다고 생각할 무렵이었습니다.
어느날, 후배들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갈 때 나는 무너졌습니다.
그 시절의 나는, 속은 썩어문드러지고 있을 때였으니까요.
별거 아닌거에 눈물이 자꾸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게,
왜 그리 서글픈지.
아침 운동만 하고 나면 모든 것이 다 싫어지는 내 체력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은 아침 운동을 하고 멍하니 체육관 올라오는 계단에 맨발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 제 모습을 본 용용이가 다가와 말했어요.
"뭐 하냐?"
"그냥. 햇빛 봐. 광합성 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그런 거, 다 지나가. 힘든 거, 곧 지나갈 꺼니까 너무 거기에 애타하지 마라."
그 한마디를 남기고, 용용이는 덥다며 샤워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나는, 그런 말을 듣고 시계를 쳐다봤습니다.
1교시가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 시계를 보면서 다 지나간다는 말이
시간만 이야기한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그 애만의 위로였다는 걸 알았을 때는 조금 늦어서, 나 혼자 샤워를 하고 올라가야 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날 아침만큼은 마음이 가벼웠어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피식거리며 장비를 챙겨서 올라갔습니다.
아침도 가볍게 먹고, 그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용용이의 '지나간다'는 말 한마디가, 가슴이 와 닿은 날이었으니까요.
지나가고 나면 별 것 아닌 것, 분명 지나에게도 들었던 말이었는데-
지나를 자주 만나지 않아서였는지는 몰라도,
그 말들이 희미해질 무렵 만난 용용이의 말은 꽤 파장이 컸어요.
가끔, 가슴이 답답해질 때면 그 때의 용용이의 말을 떠올리곤 합니다.
낮달을 보면 지나의 말이 떠오르듯이-
용용이의 그 때 햇살을 보면서 했던 말들이,
아침 햇살을 받을 때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래, 다 지나가는 거다.
나는,
할 수 있다고요.
그 때의 위로가, 나를 이렇게 달리게 해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너를 고맙게 여기는 것일지도 몰라-, 용용아.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
그리고 기쁜 소식도 있는 것 같던데 그것도 축하해 :)
오늘의 선곡은 V.O.S - 큰일이다 입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인데, 용용이는 신청을 하면 무조건 불러주곤 했습니다.
그 노래를, 오늘은 선곡하고 싶어요.
우리의 젊은 날에, 항상 있었던 노래니까-
너의 젊은 날과, 우리의 추억들을 생각하면서 네게 보내본다, 용용아.
오늘은 여기까지, 감성 DJ D였습니다.
용용아.
장난처럼 너의 별명을 불렀지만
이름을 부를 때, 나는 처음 너의 이름을 봤을 때가 떠올라.
내 사촌오빠의 이름과 꼭 같은 너를 보고 놀랐었거든.
와, 이름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그래서 더 용용이라고 불렀던 것도 있어.
너는 기분이 어땠을지 모르지만-
혹시 기분이 나빴다면, 그건 사과하고 싶었어.
나는, 너와 동아리 생활을 하는 동안-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
엄마가 낳아주진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함께할 내 형제 같은 동기들을 만났구나.
이제 잘 해줘야지, 내 새로운 가족이니까.
그런 생각을 했고, 네가 우리 기수의 기장이었기 때문에 더 너를 존중하고 싶었어.
내 행동들이 그런 존중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생각만큼은 그렇게 했었어. 그래서, 가끔 지난 일들 생각해보면 미안하더라.
내가 사회 부적응자라 많이 힘들었을 텐데 너는, 단 한번도 나에게 불만을 토로한 적이 없었어.
그냥 잘좀 하라고 말만 했을 뿐이지.
그래서 참, 내 눈엔 너 대단해 보이더라. 같은 또래인데 책임감 갖고 끝까지 1년동안
기장 역할 해내는 걸 보면서 멋있었어 :)
그래서, 너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더 불러달라고 조른 것일지도 모르겠어.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는거 되게 좋잖아.
어쨌든, 내 형제같은 용용아. 늦었지만 너의 35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올해가 반이 지났지만, 올해도 내년도, 앞으로도 잘 부탁해.
우리 기수의 기둥이신 기장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해, 내 동기야!
오늘의 선곡, 마음에 닿으셨을까요?
저에게는 V.O.S하면 용용이의 젊은 날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잘 불러줬었어요 :)
다음에는, 다른 동기의 이야기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트랙도 기대해주세요.
여러분의 선곡표를 기다립니다.
감성 DJ D였습니다.
당신의 조각들을, 제게 들려주세요.
일상 속 진공 같았던 순간, 누군가와의 온도차,
사소하지만 오래 남는 그 말들을—
당신의 노래와 함께 보내주세요.
다음은 당신의 선곡표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