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feat.영도다리축제)

by Rachel

몇 주 전, 우리 가족은 영도다리축제의 불꽃놀이를 보러 출발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일을 쉬는 산적을 따라간 곳은 처음 보는 가게였다.


어디서 본 이름인데—
곰곰이 생각하다가 떠오른 건,
곤죠왕자와 며칠 전 아미르공원에서 놀다 뛰어가던 날이었다.


카페쇼 간다고 정류장에서 달려가던 길,
그때 스쳐 지나간 곳이었다.

생선구이 전문점이라
‘가면 맛있겠다’ 생각했었고,
아이랑 같이 와야겠다고—
까르륵 웃으며 뛰던 곤죠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아! 여기 생각난다. 카페쇼 드론쇼 보러 갔을 때 거기지?”
“응, 여기 생선구이 전문점이니까 곤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을걸.”

산적을 따라 기대를 안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가게 안의 목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게 가운데 자리에 앉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하나 크게 내려앉았다.
밖에서 불어오던 조금 차가워진 바람과는 다른,
가게 안 목재가 품고 있는 은근한 온기가
몸을 스르르 감싸는 느낌이었다.


곤죠왕자는 의자에 앉자마자 두 눈이 반짝였다.

“엄마, 여기 나무 냄새 나!”
“맞아. 이런 데서 먹으면 더 맛있어지는 거 알지?”

말을 꺼내놓고 보니 정말 그랬다.
아무것도 먹기 전인데도
벌써 집밥처럼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산적은 메뉴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등어 따로 먹기보다는 모둠 먹을래?
곤죠는 고등어 좋아하지?”
“나 고등어! 근데 엄마는?”
“엄마는… 음, 오늘은 모둠 먹자. 어때?”

그렇게 메뉴를 고르고 나니
잠시 여유가 찾아왔다.


목재로 만든 도마와 조각들,
손때 묻은 듯한 나뭇결의 무늬가
이 가게가 걸어온 시간을
고요히 말해주는 듯했다.



모둠생선구이를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는데,
역시나 잘 기다리지 못하는 내 성정을 닮은 곤죠가 물었다.

“엄마, 여기는 왜 어반이야?”

그러자 카운터에 앉아 계시던 여사장님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반의 반은 ‘반찬 반’ 자란다. 아가, 그게 궁금했어?”

‘아가’라고 친근하게 부르자
부끄럼쟁이 곤죠는 쏙— 하고 테이블 뒤로 숨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가 웃고 있으니
여사장님이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아가가 참 귀엽고 활발하네요.”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 뒤,
어색하지 않은 침묵이 흘렀다.

곤죠와 어떤 생선이 나올지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2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남사장님이 요리한 모둠생선구이가 나왔다.

이름 모를 생선도,
익숙한 다른 생선도—
모두 정말 맛있었다.


우리 셋은 말없이 먹었다.

한동안,
먹는 소리만이 홀 안에
고요히 울렸다.


정신없이 먹고 나니,
어느새 개막식 불꽃놀이를 보러 갈 시간이 된 것 같았다.

그제야 먹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배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가게 앞쪽에 ‘어반’이라 꾸며놓은 공간을 보게 되었다.

‘와, 예쁘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좀 찍어도 될는지 여쭙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사진 한 장을 찍고 나니
왜 사람들이 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기 입구가 예뻐서
다들 사진 한 장씩은 찍어 가세요.”


여사장님의 말투에는
이 공간을 직접 가꾸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 듬뿍 배어 있었다.


불꽃놀이를 보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날 밤 내 기억에 오래 남은 건
하늘 위의 찬연한 불꽃보다도—


우연히 들른 이 가게에서
배를 채우고, 온기를 얻고,
사진 한 장을 챙겨 나오던 순간이었다.


마치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숨겨진 보물 한 장을
조용히 발견한 기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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