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나를 돌아보는 달

(feat.다이어리를 쓰는 이유)

by Rachel

12월이 되면, 나는 분주해진다.

올해 달력을 뒤집어보며 시댁 행사를 기록하고,
중요한 사람들의 생일을 적어놓고도 모자라서
쓰는 모든 다이어리를 ‘다’ 써야 한다.


아, 그러고 보니 절친의 생일이 어제였는데,
그냥 지나가버리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처럼 12월은
나를 돌아보느라 바빠
친구들을 챙길 여유가 없어지는 달이기도 한 것 같다.



여유가 없어진다는 건,
심장이 빨리 뛴다는 말이랑 비슷한 것 같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말이 나오는 속도와 같아진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12월의 나는
생각하기보다 먼저 말하고,
돌아보기보다 먼저 지나쳐 버린다.



축하해야 할 날짜들은
다이어리 안에서만 반짝이다가
현실의 하루 속에서는
조용히 밀려난다.


그제야 뒤늦게 알아차린다.
아, 내가 지금
누군가를 놓쳤구나 하고.

분주함은 늘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12월마다
달력을 넘기며 약속을 적어 넣다가도,
문득 멈춰 서서
내 심장의 속도를 가늠해 본다.

너무 빠르지 않은지.
혹시, 누군가의 이름을
숨 쉴 틈도 없이 지나쳐 버린 건 아닌지.



천 개의 말이
천 개의 입에서 동시에 쏟아져 나와
정신이 없는 것처럼,
천 개의 생각을 한꺼번에 하는 느낌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고 싶다.

내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 하나.
내년에 꼭 축하해야 할 사람 하나.

그리고—
우리 곤죠 왕자의 첫 학교 생활도
부드럽게 잘 풀리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그 모든 것들 앞에서,
나는 조금 느린 사람이 되고 싶다.

내년에는,
그 느림을 여유라고 부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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