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너와 나의 궤도)
Intro.
Y의 한 마디와, 그 애가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 한 곡이, 닫혀 있던 우주를 열었다.
내가 가르치는 한 아이는 아직 애기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자랑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만큼,
순진하게 예쁘다.
“선생님, 이 노래 진짜 좋아요. 꼭 들어보세요!”
핸드폰을 내밀고, 그 안에서 들려온 음악.
Dear Sputnik — Tomorrow by Together
낯선 이름, 낯선 리듬.
그런데 이상했다.
가사의 의미도, 멜로디의 흐름도 처음 듣는 곡인데,
첫 소절이 흐르자마자 아주 오래된 기억의 스르륵 열린다.
마치 그 노래가 내 마음 안쪽, 닫혀 있던 우주의 문을 여는 비밀번호처럼.
나는 그 애를 떠올렸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마음.
항상 한 발짝 뒤에서, 조용히 그 애를 바라보던 날들.
소풍날, 햇볕이 부드럽고 하늘이 투명하던 날.
아이들은 수건돌리기를 하며 웃었고, 나는 그 애의 옆에 앉아 있었다.
곁에 앉아 있다 다른 자리로 옮겨간 그 애는, 여전히 내가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보이는 자리에서 달렸다.
그곳은 마치 그 애의 궤도 같았다.
나는 그 자리를 보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 애는 거기 있을 거라는 걸. 그 애는 늘 거길 지나간다는 걸.
그리고 그 날, 아주 잠깐— 우리 궤도가 겹쳤던 것 같았다.
말없이, 조용히, 단 한 순간.
나는 늘 그 애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애도 같은 궤도 안에서 나를 따라 돌고 있었던 걸까.
그 노래는 정말, 꿈 같았다.
아니, 꿈 같던 그 시절을 다시 꺼내주는 말이었다.
우주를 여는 말.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궤도를 조용히 떠돈다.
내가 돌고 있는 건 기억일까, 그 애일까.
아니면, 그때 나 자신일까.
Outro.
이 곡은, 내게 우주다.
거창한, 그런 말을 쓰고 싶진 않았는데, 생생히 떠오른 그 시절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그 애를 떠올리게 만든 건 그 시절의 내 감정도, 아니면 오래 닫아놓았던 감정의 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걸 열게 만든 건 Y의 말 한마디, 그리고 그 아이가 좋아한 노래였다.
나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말이나 노래를 통해 궤도를 돌아 나의 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그 시절의 나를 잊지 않게 되어, Y에게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