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삶의 동반자)
Intro.
산적이라 우스갯소리를 하던 그때부터,
어쩌면 나는 당신과 이렇게 엮일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우리가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순간은.
나는 여전히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아마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애정이
이미 당신에게 있었기에
나는 그렇게 쉽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혼자 짐작해 봅니다.
너, 나의 산적은
원래 그렇게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사랑 앞에서는 의외로 참 용감해졌죠.
아마도 바뀐 환경 앞에서,
그리고 바뀌어야 할 이유가 생겼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오늘은 나의 Y에게 띄우는 편지입니다.
Y들에게,
당신은 언제
당신의 동반자를 만나게 될까요.
언젠가는 분명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아껴줄 사람을요.
나는—
그 Y를 이미
당신으로 정해 두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당신에게
차마 다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적어 보려 합니다.
여보, Y야.
나는 우리 처음 만난 날을 아직도 기억해요.
당신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날 입었던 후드, 아직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걸 보면요.
내가 애교 섞인 말을 하면
어쩔 줄 몰라 당황하던 얼굴도 기억나요.
내 말이 비음 섞여서 잘 안 들린다며 웃던 것도요.
그리고 “대가리 꽃밭”이라며 놀리던 그 말까지.
그래요.
내 머리, 대가리 꽃밭 맞아요.
나는 그 말을 평생 놀림감으로 쓰기로
이미 마음먹었거든요.
아마 죽을 때까지요.
아직도 그 말만 들으면 움찔하는 당신의 모습조차
나는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결혼한 지
어느덧 5년이 넘었는데—
그 모든 시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당신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아버님은 그러셨죠.
콩깍지가 벗겨지면
언젠가는 미워질 거라고요.
나도 한때는
그 말이 괜히 마음에 남았는데,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오늘 저녁처럼
배부르게 먹고
행복해하는 당신을 보면—
사람들은 곰돌이 같다고 말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이에요.
테디베어 같은 그 모습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나거든요.
어쩌면 아직
내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죠.
아이가 질투하고
밉다고 투정을 부려도,
그래도 괜찮아요.
나는 당신과 함께 있으면
마치 내가
날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나를 받쳐주고,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니까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
그리고
나보다도
나를 더 아껴주는 사람.
당신이 산처럼
내 뒤에 서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더 오래, 더 가까이
당신 곁에 머물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You Raise Me Up을 들을 때는
그저 나를 빛나게 해 주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내가 당신을
빛나게 해 주고 싶더라고요.
내가 당신을 날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아마도 사랑인가 봅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늘 당신이 떠오릅니다.
당신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싶어요.
당신이 어렵고 힘든 길을 걸을 때,
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고요.
인생의 동반자란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내 평생의 동반자, 산적.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Outro.
당신이 있어 내 세상이 빛나는 것처럼,
당신이 내 산이 되어준 것처럼.
나도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러니
나도 당신이 빛날 수 있도록
조금 더 힘을 내볼게요.
사랑한다는 말보다,
당신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늘 입버릇처럼 하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새벽녘,
혼자 출근하는 당신에게
물 한 잔을 건네는 사람처럼.
당신이 기댈 수 있는
조용한 쉼터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Y들에게도 이런 사람이
곁에 함께해 주기를.
기꺼이
그런 사람이 되어줄 이를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