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feat. 캐나다 생활(1))

by Rachel

캐나다에서의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김포 공항에서 나리타 공항.
나리타 공항에서 다시 세 시간 연착된 비행기.
그리고 또다시, 열세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캐나다.


눈이 내려 푹푹 발이 빠지는 날씨였다.
나는 캐나다라는 나라를 잘 알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아무 감흥 없이 그곳에 도착했다.
추위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정신이 빠져 있었다.


시차 적응을 위해 낮처럼 잠을 잤다.
머리가 아플 만큼 억지로 잠을 청하고,
눈을 뜨면 방 뒷문 너머로 보이던 눈이

잠시 나를 안정시켜 주곤 했다.

하지만, 그건 그때뿐이었다.


다른 나라에 적응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어서
나는 향수병을 한 달, 세 달, 여섯 달, 아홉 달—
세 달 단위로 크게 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좋아하는 사람을 한국에 두고 온 마음이었다.

살이 에일 듯한 영하 사십 도의 날씨에도
나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 카드를 들고 잠깐씩 전화를 걸었다.
아주 잠깐씩만, 목소리만 확인하듯.

그럼에도 그리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특히,
좋아했던 마대 선배에게 전화를 걸 때면
마음이 더 떨리곤 했다.

어쩌면 그때마다,
첫사랑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군대에 있던 첫사랑에게 연락을 했고,
싸이월드 댓글로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그리고 그때서야 알았다.
아, 내가 좋아했던 애는
이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마대 선배가 맞구나.


그걸 확실히 알게 된 건
다섯 달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싸이월드 댓글로 안부를 묻고 답하던 사이,
나는 그 애에 대한 마음이,
내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마음은 얼음처럼 굳어 갔다.

녹았다 얼기를 반복한 눈처럼,
천천히,
차갑지만 딱딱하게.


처음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감정뿐이었다.

내 마음의 방향을 알게 된 건
어쩐지 안심이 되었지만,
이미 나는
나름대로의 방향을 잘 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터라—



그래서
마대 선배를
안 좋아하려고도
애를 써 보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일까.
마대 선배에게 전화하는 횟수는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들었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걸면
다정하게 받아주지나 말지.


원래 좋은 사람이었기에
마대 선배는 늘 다정했고,
그래서 나는 전화 끊기가 어려워
먼저 끊어 달라 부탁하곤 했다.


애정이 커지는 것처럼
마음도 함께 커졌고,
그만큼
나는 그 감정 앞에서
휘청휘청거리고 있었다.



그래, 꼭 첫사랑을 처음 겪는 소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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