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하던 해

(feat.낯익지만 낯설었던 그 때)

by Rachel

내가 복학을 준비하던 때에도,
산적 역시 복학을 미루고 있었다.


복학하던 해,
나는 산적도 함께 학교로 돌아온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부산에 내려가 다시 자취방을 잡고,
조심스레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 녀석도
같은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하고 생각은 해 본 적이 있었다.


병역의 의무를 짊어졌던 우리 기수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복학하던 해라

나는 문득 2009년의 그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설레고 있었다.



다시 돌아올,

우리 기수의 해는
어떤 얼굴로 나를 맞이하게 될까.


하지만 복학을 앞두고—
나는 잊고 있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불길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무언가에 계속 쫓기는 꿈.
그 꿈을 반복해서 꾸는 사이,
기억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래.

내가 좋아하던 마대 선배는
계속 학교에 남아 있었지만—

그 선배의 동기들 역시
여전히 학교에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2010년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 또한
그곳에 있다는 사실.


새삼 그 기억을 떠올리고 나서야
나는 문득,
윤수 선배를 이해하게 되었다.

3학년이 되었을 무렵,
윤수 선배는
점점 동아리방에 얼굴을 비추지 않게 되었었다.

그땐 이유를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때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복학을 앞둔 나는

동아리를 어떻게, 어떤 거리로
이어가야 할지 오래 고민하게 되었다.



2월, 복학 준비가 막바지로 튀는 사이,

나는 선배들에게 호출되었다.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눌러 담고
조심스레 동아리방 문을 열었다.

선배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가
이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어지럼증이 살짝 이는 것 같아
크게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동기들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무슨 일… 있나요?”

떨리는 마음으로 꺼낸 질문이었다.
내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다는 걸
그땐 몰랐던 것 같다.

나를 부른 고기수 선배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톤으로 말했다.


“이제 너희 기수가 회장단을 맡게 됐어.
D는 애들보다 동아리 생활을 조금 더 오래 했잖아.”

잠깐 말을 고른 뒤, 선배는 덧붙였다.

“고문 역할을 맡아줄래?
이해했으면, 옆에 앉고.”

“예? 제가… 고문이요?
저, 한 것도 없는데요…”

“네가 말없이 서포트 잘 해왔던 거, 다 기억하고 있어.

그 기억만으로도 얘들한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부른 거야.”

“아… 네.”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시선은 자꾸 바닥으로 떨어졌다.

꼼질꼼질, 발끝만 내려다보다가
결국 선배가 가리킨 자리 옆에 앉았다.

말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기억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선배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서

자꾸만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해의 첫 회장단 회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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