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나의 어느 날에게)
어느 날 내게 찾아온 것처럼,
오늘은 문득 깨달았다.
그들을 응원하는 동안
내게 뿌리 깊게 박혀 있던
트라우마 하나를
나는 조용히 내려놓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그걸 기념하며,
글 한 줄을 써 본다.
T1이 처음 태동하던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나를 둘러싼 비방과 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 반응하려 애썼다.
시크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상처받지 않는 사람인 척하고 싶었다.
소문을 퍼뜨리던 그 애,
Y에게서 흘러나온 무수한 말들은
나를 ‘나쁜 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문과에 있던 친구 P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런 소문들이 존재하는지도
어쩌면 끝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 소문들을 접하면서
Y가 나를 미워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 애썼다.
그 애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왜 그렇게까지 날카로워졌는지를
혼자서 수없이 되짚어 보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끝내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 있다.
Y가 울면서
나에게 외쳤던 말들.
그 애의 어머니가
나와 자기를 비교하며
그 애를 힘들게 했다는 사실은,
그건—
내가 만들어 낸 일이 아니었으니까.
같은 복도형 아파트에 살면서
그 애의 집 앞을 지나치는 일조차
한동안은 버거웠다.
지금은,
아예 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사실이
조금은 편안하다.
그 애도
부모가 되면서
내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깨달았다.
이제는
그 애에 대한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걸.
그 애가 등장하는 꿈은
늘 비슷했다.
누구나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잘못한 사람이야. 네 잘못이야.”
라고 말하던 장면들.
그 손가락들이
꿈속에서 나를 에워싸던 밤들.
그런데
<T1>을 덕질하면서
어느새 그 꿈들이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그렇게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꿈을 덜 꾸게 되었다.
이윽고, 그 꿈은 이제 내 곁에서 사라져갔다.
내가 놓아준 것인지, 그 애가 놔버린 것일지 모르겠지만.
나의 트라우마 하나는 그렇게
훨훨,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