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말이 되지 않은 소리)
Intro.
아무도 건드릴 수 없도록, 그 어떤 말도 닿지 않도록.
나도, 한때는 돌멩이가 되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아무에게도 마음을 들키지 않는 그런 존재가.
사춘기라는 문 앞에 서 있는 Y는, 요즘 들어 "짜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처음에는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곧 이해하게 되었다.
무언가 불편하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자꾸 솟아나는 그 나이.
그 때는, 세상이 낯설고 감정이 복잡해서-
아무 말이나 먼저 꺼내야 마음이 덜 무너진다고 믿던 시절.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 말을 조용히 흘려들으며 저 아이가 힘들겠다 되새기곤 했다.
수업이 끝난 어느 날, Y가 내게 말했다.
"저 이 노래 들려주고 싶어요. 저 이거만 하루 종일 들어요."
Y의 방 한켠, 작은 CDP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화려한 무대와 음향효과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첫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나는 멍해졌다.
‘돌멩이가 되고 싶어...’
이건 그런 노래가 아니었다. 오히려, 속삭이듯.
그 안에 갇힌 마음이 도망치듯 말하고 있었다.
“와... 이거, 인트로 찐이다.”
내가 혼잣말처럼 말하자, 눈을 감고 있던 Y가 살짝 눈을 뜨며 웃었다.
웃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 한 자락이 일렁거렸다.
그 순간, 눈을 감고 음악을 다시 들었다.
방 안에서 울리는 리듬이 방과 마음을, 쿵쿵 울리게 했다.
새벽 끝은 허무했다는 가사가 귀에 꽂혔다.
아, 내 어린 날이 떠올랐다.
문득, Y는 정말 이 가사를 제대로 듣고 있을까 걱정이 몰렸다.
정말이면, 이 애가 정말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린 날의 나처럼, 뭔가에 느낀 감정을 보는 걸까.
Y의 얼굴을 보았다.
평온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를 숨긴 것 같은 느낌.
Y의 얼굴 위로, 어린 나의 얼굴이 겹쳤다.
아, 뭔지 모를 허무감에 몸부림치던 그 때의 나.
내게 손짓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음악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대답해, 아무래도 돌멩이도 좋은 거 같다는 가사에 마음이 내려앉았다.
분명 나는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는데, 어린 날의 내가 다시 보였다.
그래, 나는 돌멩이가 되고 싶었다.
무엇 하나에도 상처받지 않는 돌멩이. 그러면서도, 소통을 하고 싶었다.
저 가사와 똑같았다.
돌멩이처럼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도 소통을 하고 싶었던 어린 날의 나.
그리고 그 돌멩이처럼 될 수 없었던 말랑한 내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선생님, 울어요?"
Y의 질문에 나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코끝이 매웠다.
"아니, 아니야. 그냥 뭐가 생각나서."
"에이, 울었는데?"
"응, 음악이 좋아서 그런 거 같아."
"그래요? 그럼 나 다른 것도 들려줄게요!"
신나하는 Y의 뒷모습 위로, 어린 날의 내가 다시 보였다.
어린 날의 내가 보이자, 나는 슬며시 걱정이 올라왔다.
나의 괴로웠던 나날들, 혹시 그 나날처럼 Y가 그 속을 헤매고 있을까봐.
그래서 물었다.
"Y야. 지금, 너 괜찮은 거지?"
"네, 저 진짜 괜찮아요. 왜 그래요?"
순진한 눈망울을 보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가 괜찮다면 됐어."
정말로 돌멩이가 되고 싶다가도, 정말 되고 싶지는 않았던 날들이 떠올라서.
Y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어릴 적, 그 한마디조차 어려웠으니까.
그게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이젠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날 나는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엉켜서 무슨 정신으로 집에 돌아왔는지도 몰랐다.
아이를 안고 나서야, 내가 그 사춘기 때로 돌아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Outro.
가끔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면 Tinnitus를 켜곤 한다.
Tinnitus—'이명'의 병명.
그 안에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소리들이 있다.
아주 오래 전, 돌멩이가 되고 싶었던 아이의 소리.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을 듣고 싶은 나의 소리.
사춘기라는 문 앞에 선 Y.
사춘기라는 문을 열까 말까 고민했던 Y의 흔적이 보이는 이 트랙 안에서, 나는 바랐다.
Y가 언젠가는 그 '짜증'이라는 말을 벗고 온전하게 엄마와 소통을 할 수 있기를.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소리들이
시간이 지나서 하나의 언어가 되기를.
그때는 그저 시끄럽고 복잡한 소리였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았다.
마음의 말로 외치고 있었다는 것을.
나도, Y도- 그렇게, 천천히 자라나기를 바라본다.
언젠가는, 단단함 안에 따뜻함을 품은 존재가 되어 있기를.
그리고 그 소리가, 별빛을 타고 종소리처럼 멀리멀리 울리기를.
Track 3.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