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7. 세계가 불타 버린 밤, 우린...

(feat. Can’t you see me?)

by Rachel

Intro.

그 날도, 여느 날과 같았다.

하지만, 열린 방 안에서 나는 불꽃을 보았다.

커다랗고 밝게 타오르는 불꽃을.






여느 날과 같이, 수업 끝나고 나서, Y가 말했다.

“선생님, 다음에는 이거 같이 들어요. 오늘은 같이 들을 수 없으니까.”

늘상 하던 음악 감상을 거부하던 아이라,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데, 한숨만 폭 쉬는 아이를 보며 나는 어릴 적이 떠올랐다.



교묘하게 상처를 주던 날들,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나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던 어른들까지.

그래서, Y가 많이 힘들었구나 싶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말을 한참 골랐다.

“Y야. 세상에는, 지금 만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야. 선생님도 그걸 몰랐었어. 지금의 친구들이 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커 보니까 아니더라고.”



내 아픔을 먼지처럼 여기던 어른들 속에서, 나는 외로웠었다.

그래서 Y에게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었다. 위로가 아닌 조언처럼.

서투른 위로는 도리어 상처를 입히기에.

그런 경험을 되새겨서 보낸 조언은, 그 애에게 도움이 되었을까?

숨을 죽인 채 아이의 반응을 보는 몇 초가 아주 길었다.

Y는 말없이 열린 방문을 닫고, 눈을 마주쳤다.

“선생님, 우리 계속 봐요. 학교에서, 그 애들을 안 만날 수가 없어요.”

“내가 괜히 얘기했나 보다. 미안해.”
“선생님이 미안할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애들이 나쁜 거죠.”
나는 다시 말했다.



“Y야, 아무 일 없어도 엄마한테 얘기해. 힘든 일 있으면. 엄마는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우리 엄마는 나 안 사랑해요.”

“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네. 그래도 얘기 해. 아직은 그래도 되는 나이야. 선생님이 걱정되서 그러니까, 꼭 얘기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Y가 추천해준 곡이 귓가에서 울렸다.

[세계가 불타 버린 밤, 우린...]

앨범 재킷이 화려한 타이틀곡이라 ‘9와 4분의 3 승강장’ 같은 느낌일 줄 알았는데. 도입부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심장이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Can't you see me’ 라고,

노래 제목처럼 절박하게 묻는 목소리가, 내 어린 시절을 통째로 불러냈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나 안 보여? 나 여기 있어.’

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서, 내가 불태운 건 내 자신이었다.

남을 상처 주는 것은 무서우니까, 나는 조용히 나를 태웠다.

타들어가는 내 마음이 아팠었다는 걸 느낀 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 때의 그 아이가 아니었다.

상처를 끌어안고 훌쩍훌쩍 우는 그 아이가 아니라,

이제 자라서 내 마음을 소심하게라도 표현할 수 있는,

내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지나왔는지.



문득, Y는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이 노래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불타는 세계에서 등을 돌리는 친구의 이야기가 담긴 가사.


그 가사 속에서, Y는 친구를 원망했을까, 아니면 용서하려 했을까?

나는 이제 어른이 되어, 용서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문득, Y의 선택이 궁금해졌다.


그러다, 문을 닫던 아이의 눈빛이 떠올랐다.

분명히 그 눈에는 불꽃이 서려 있었다.

누구에게든, 자신의 의견을 말하겠다는, 작은 다짐 같은 불꽃이.




Outro.

나는 더 이상 교실 안의 그 아이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여기 있다” 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불타는 세계 속에서도, 등을 돌린 친구, 너를 원망하지 않고 용서하겠다는 다짐처럼 들렸다

그러니, 나도 이제 그 불꽃 속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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