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저녁이다.
길을 지나가다 보면 가로수의 불빛보다 상가에서 나오는 빛으로 낮보다 더 화려하다.
하루 일과를 마친 이들이 지인들과 만나는 음식점에서는 음식 냄새뿐 아니라 이야기의 소리로 낮보다 더 시끄럽다. 주말이 아닌데도 늦은 밤까지 많은 이들이 야외 테이블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조명과 수 없이 많은 가게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어둠을 밝힐 불빛은 놀거리가 없었던 옛날이나 다른 곳과는 달리 12시간 이상의 환함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이 깨어 있고 더 많이 먹는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소음에 노출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더 많은 외로움을 느끼는 시대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가족의 모습보다는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풍경 또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렇게 가족의 모습이나 삶의 모습이 이전과는 많이 다른 시대이다.
많은 정보의 시대에 그 정보로 인해 늘 피곤하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고민하는 일도 많아진다.
생활의 편리는 돈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더 주는 듯하다.
그러기에 아이든 어른이든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알려고 애쓴다.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더 가지려고 하니 비교가 되고 만족이 안된다.
그렇게 더 밝아진 세상에서 보이는 모습을 쫓아가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옷장의 옷은 다양하게 채워져 있지만 입을 옷이 없고, 냉장고에는 재료가 채워져 있지만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 이야기할 대상이 필요하지만 막상 전화할 사람이 없는 듯하다. 그렇게 풍요 속의 빈곤의 시대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가기보다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길을 잃게 되는 시대이다. 겉모습의 번지르함이 내면의 알맹이를 비워 버릴 수도 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스팔트 위를 지나가는 스포츠카가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에서 맥을 못 추는 것처럼 갖춰진 것 넘어 갖추어야 하는 것에는 버거워하는 시대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가려져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다 어느 순간 쑤욱 낯선 감정이 올라온다. 함께 있다 혼자가 되는 시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허둥거리기도 한다. 늘 함께 타고 다녔던 차에 빈자리가 많이 남으니 운전대를 잡는 손에도 힘이 빠져 버린다. 익숙한 것들에는 미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무관심의 그림자가 남아있다. 가졌다고 생각한 순간 관심 밖이 되어 버리고 당연하다고 여겨져 버리는 물질로 우리의 허한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다. 먹고 이야기하는 것이 허기와 공허함을 가져오는 것은 정작 채워야 할 것을 채우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어나는 감정은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늘어나는 주름살같이 번져지는 외로움은 팽팽한 피부의 젊은 시절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 또한 외로움이다.
그렇게 외로움을 보게 되지만 직면해 맞이하지는 않는다.
다 그런 거라고 말하거나 외로움을 피해 버린다.
그 외로움을 직면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 뒤에 숨겨진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남보다 자신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음식으로 배를 채우거나 불필요한 말로 채우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을 따라가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고 두렵지만 혼자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앉아 움직이지 않으면 용기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외로움이 친구가 되어 익숙해져 버린다. 자신의 외로움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더 편해져 버린다.
그 용기를 내기가 엄두가 안될 수도 있지만 할수록 점차 힘이 붙는다.
운동의 법칙처럼 힘이 실려진 용기는 점차 자기만의 움직임을 갖는다.
더 길어진 빛의 시간 속에서 용기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주변을 따라가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진다. 자신을 돌보는 정성은 어느덧 이전 자신처럼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향할 수도 있다. 그에게 손을 뻗어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그렇게 100미터 달리기 선상에서 남과 겨루는 시합이 온전히 인생의 마라톤으로 변해 버린다. 승자도 패자로 의미가 없는 포기하지 않는 달리기가 된다.
외로움은 우리와 함께 하는 감정중의 하나이다.
그 외로움이 어디에서 왔는지 잘 살펴보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또한 삶의 여정인것 같다.
닫혀 있는 수 많은 기회의 문들은 어쩌면 우리가 미쳐 열어보지 않았기에 잠겨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내 안의 외로움으로 스스로를 가두기 보다는 기회의 문들을 열어 보고 나아가기를 바란다.
오늘도 그런 하루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