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사람, 외면한 사람

by 김혜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직업으로 만났고, 친구로 만났고, 그리고 가족으로 만났다.

그 무수한 관계 속에서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라는 것을 형성하게 된다. 가까운 이들과 아는 사이 정도의 이들로 설정된 관계는 대화에서도 깊이를 정하는데 관여하게 된다. 자신의 속내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부터 무리 없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로 말이다.


나이가 들 수록 가까운 이들에게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때론 그리 가깝지 않은 이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후회할 때가 생기기도 한다. 말은 줄일수록 좋고 귀와 지갑은 열 수록 좋다는 말이 있지만 살수록 느껴지는 것은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면 가르치는 말을 하려 하고 옳은 말이다고 하지만 상대의 이야기보다 자신의 말로 해석하려 한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이 상대에 따라 자신의 언어로 표현된다.

때론 가까운 이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사랑받고 싶다는 표현은 반대의 언어로 나온다. 상대에 대한 질책이나 자신의 힘듦에 대한 말로 표현된다. 그냥 아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상대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덧붙인다. 그렇게 엇나간 대화가 아쉬운 관계를 만들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에 왜 익숙하지 못할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데 왜 방향이 상대를 향할까

너는 이렇다 보다는 나는 이렇다고 왜 표현하지 못할까


예전에 유명했던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남자가 기업 사장이었다. 자신의 가난한 상황과 배경의 격차로 그 여자는 주춤했다. 그런 그녀에게 왜 당당하게 자기 남자라고 이야기를 못하냐고 남자는 여자에게 호통치던 장면이 있었다. "어떻게 그래요. 제가 그렇게 얘기하면 당신이 어떻게 돼요"라는 그녀의 말에 남자는 그녀가 더 중요하다는 표현을 했다.

우리는 당당함이 부족한 것 같다. 전체를 종합하고 인과 관계를 설정해서 그 정도로만 표현하고 받아 드리려고 한다. 물론 경우와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당당히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관계를 편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미처 배우기도 전에 원하는 답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에 자신을 가둬 둔 것으로 우린 얼마나 많이 아펐을까.

그 아픔이 자기 방어나 공격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서로를 외면하게 된 사이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들을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

솔직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그 마음을 스스로에게 먼저 이야기해 보면 어떨까.

그렇구나. 그런 마음이 있구나. 자신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스스로를 토닥하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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