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에서 시작한 창조
초등학교 때 공부하면서 늘 함께 했던 책 중 전과가 있었다. 모든 과목의 세세한 설명이 있던 그 전과는 숙제할 때도 시험 공부할 때도 늘 도움이 되었던 책이였다. 지금처럼 학원에 가서 공부하거나 다양한 참고서가 있지 않았던 시대에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단 하나의 독보적인 책이었다. 마치 보물지도인 마냥 책상에 앉으면 펼쳐 보며 숙제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과를 보며 공부하던 시대가 이제는 손바닥만 한 핸드폰에 물어보면 무엇이든지 해결하는 시대가 되었다. 책 보다 더 빠른 맞춤식 답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쏟아져 나오니 아이나 어른이나
그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늘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백과사전 대신 이제는 실시간으로 작은 기기가 그것을 찾아주고 제공하는 시대이다. 정답을 찾던 시대에서 그 많은 정보를 어떻게 선별해서 활용해야 하는 시대로 와 버렸다.
이런 시대에 노트에 기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무엇을 기록한다는 걸까.
어떻게 기록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하지 않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하던 친구 생각이 난다. 그 친구는 늘 초록색 펜으로 요약을 하곤 했다. 시각적으로 편안하고 시선을 끄는 그 펜으로 시험 정리를 하던 것을 호기심 있게 봤었다. 더우기 그 아이의 예상적중 문제는 선생님도 놀라워하실 정도로 예리해서 늘 감탄의 대상이었다. 그 아이는 무엇을 어떻게 정리한 것일까.
아마도 그 친구는 그 핵심 키워드를 잘 뽑아낸 것 같다. 무엇이 중요한 이야기인지와 그것과 연결된 핵심 스토리를 잘 찾아 이해한 것 같다. 날카로워 보이는
그 아이의 눈빛에서 전체를 보는 능력은 또래보다 높은 수준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핵심 키워드만 잘 뽑아 정리하면 되는 걸까? 무엇의 핵심 키워드를 뽑는다는 걸까?
스마트폰 AI에게 물어본 답을 적는다는 것일까?
무엇을 적는다는 것일까.
나의 역사서이다.
나의 이야기를 적는 것이다.
내가 가진 꿈의 이야기를 적는다는 것이다.
나의 일상을 적는다는 것이다.
나의 감정과 감각을 적는다는 것이다.
내가 읽은 책과 대화, 일에 대한 것을 적는다는 것이다.
적는다는 것에는 관찰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나와 연결된 것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그 관찰에는 숨 막힐 듯한 집중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쭉 되돌려 보는 여유가 있다. 흘러간 비디오를 다시 돌려 보는 여유인 것이다.
그 관찰을 적게 되면 수집이 된다. 나의 여과지를 통해 기록된 노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노트는 AI가 알려주는 정보와는 다르다. 나의 관심과 관찰로 적힌 기록이기 때문에 나만의 독특함이 묻어 있다. 이 기록을 보면 무엇을 연결할지에 대한 키워드가 보인다. 마치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과 콜라를 하나로 이어준 치콜처럼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늘 접하는 세상과의 교집합을 나의 창의적 사고가 이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늘 자신만의 관심 영역이 있다. 모두 다 자신만의 고유함이 있다. 그러기에 이 연결은 모두 다르다.
그럼 이제 생각할 시간이다.
"왜?"라는 질문과 "만약" 에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의 연결들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정된 위치에 있던 핵심 키워드의 융합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여기까지는 머리와 손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몸을 움직여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시도해 보는 것이다. 거인의 노트는 몸으로 시도한 일들의 기록까지를 말한다. 마치 오답노트가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관찰, 수집, 연결, 질문이 행동으로 이어져 그것이 반복되는 이야기의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거인의 기록이 된다.
김익한 교수님의 거인의 노트라는 책에서 말하는 포인트는 자신만의 판단과 선별의 작업이 이루어진 기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이 없이 적힌 기록은 다시 기억 나지도 읽어보지도 않게 된다. 생각력에 대한 과정이 기록으로 나온 것이지 기록을 하기 위한 노트가 아닌 것이다. 이런 기록은 자신의 시선을 높은 곳에 위치하게 한다. 보이는 만큼 실행할 수 있고 넓게 보기에 자신과 타인에 대한 공감이 자리 잡는다. 자신의 이야기가 들어간 꿈의 노트는 나만을 위한 노트가 아닌 함께 이뤄나가는 세상의 이야기로 나눠진다.
모든 답이 다 있는 것 같은 전과시대가 원하는 질문을 찾아주는 AI시대로 들어왔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이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영역이다. 그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볼 수 있는 지도이자 찾아가는 여정이고 자신의 자서전이 담겨 있는 것이 거인의 노트이다. 자신이 쓰는 스스로의 전기인 셈이다. 자신의 보물을 찾아가는 그 여정이
더 기대되는 거인의 노트 이야기는 이제 계속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