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이 놓치게 하는 진짜 아름다움
여행은 가고자 하는 곳을 어떻게 가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마치 망원경을 쓰고 볼지 돋보기로 볼지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유홍준의 문화답사기에 나온 병산서원을 차가 아닌 걸어서 가기를 추천한 작가의 마음을 그려보며 나 또한 그렇게 해 보기로 했다. 여행의 무엇을 보느냐에 어떻게라는 방식을 선택한 순간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해 9시도 안 돼 도착한 안동 하회마을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자연의 푸르름이 아직 한낮의 열기로 뒤덮기 전에 생명력을 전한다. 그 힘이 느껴져 숨이 막히도록 감탄이 나온다.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벅차오른다. 마을의 분위기와 자연의 순수함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일찍 도착한 것을 감사했다.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까지의 거리는 6km 정도이다. 하루 세 번 운행하는 버스 시간도 맞추기가 어렵고 걷기로 결심했으니 마음껏 자연에 나 자신을 내어 주었다. 내리쬐는 햇살을 양산으로 가리며 걷는 도로 길 옆에는 쭉 펼쳐진 평야가 보였다. 그 평야는 낙동강 물길로 변하고 어느새 숲길이 되어 산을 넘어가게 되었다. 생수 반통으로 떠난 길은 튼튼한 다리가 길잡이가 되어 내 시선을 온통 자연으로 향하게 했다.
병산서원의 '병산'은 병풍처럼 둘러싼 산을 의미하고 그 산들을 마주한 서원은 산속 깊이 숨어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만 산 아래 흐르는 낙동강의 반짝임과 하늘의 푸르름이 산의 포용력과 함께 나의 시선을 빼앗아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웠다. 길에서 만난 한 이탈리아인이 한국의 K pop과 drama를 보고 방문한 한국의 아름다움과 여행에 대해 들떠있듯 나 또한 한국의 자연에 매료되어 있었다.
로마의 콜롬 세움을 옆에 두고 사는 그가 우리의 현대적 문화와 역사적 미에 감탄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그 아름다움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아 병산서원으로 향하는 길이 설레였다.
한 시간 남짓 걷기 시작해서 도착한 병산 서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두 번이나 등재되어 있다.
절제된 건축미는 마치 자연을 담아내려는 겸손함처럼 느껴졌다.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적 흔적들을 살펴본다. 단순히 멋지고 아름답다는 표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조용히 옛시 간을 더듬어 상상해 본다. 500년 전 우리 조상도 이곳에서 마주 보이는 산과 낙동강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 본다
사진에 담기에도 아쉬운 풍경을 바라보는데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이곳에 단체로 온 이들 중 아름다운 이곳을 그림 그리는 이들이었다. 연필로 스케치하고 색연필로 정교하게 색을 입히는 모습이 꽤 정교하다. 서원의 지붕과 기둥을 관찰하며 그리는 모습을 보니 카메라를 누르는 손이 부끄러워졌다. 너무 쉽게 풍경을 담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아름다워 서였다. 한참을 그렇게 보내며 다시 올라온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올라올 때의 낙동강 물길을 내려가며 다시 볼 수 있는 것에 기뻐하며 걸었다.
자동차로는 15분이면 닿을 길. 그러나 나는 한 시간을 걸었다. 이 차이는 어떤 의미일까.
입은 옷을 땀으로 다 젖시고 한낮의 열기로 상기된 얼굴을 하며 걷는 것 외에도 한걸음 걸을 때마다 박자를 맞히며 들리는 소리가 있다. 숲 속의 매미소리와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이다. 처벅처벅 소리와 균일하게 들리는 가운데 조용히 하늘을 보거나 강과 나무를 보면 마음이 참 평화스럽다.
문명의 혜택인 편안함이 오히려 본래의 아름다음을 희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함과 쉬움이 특별함을 평범함으로 받아들이에 한다. 문명세계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들이 자연으로 들어오면 불편함으로 느껴진다. 편안함으로 익숙한 생활에 자신이 이미 길들여져 있음을 알지 못하면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도구에 길들여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없이 더 가공된 아름다움과 편리함 속에 파묻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