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가 건네는 이미지

사물 넘어 기억이 만드는 이미지

by 김혜신

가끔 가는 시장이 있다. 3일과 8일에 서는 장날의 물건이 풍성해서 가끔 들른다. 붐비는 사람들 속에 직접 가꾼 채소를 팔러 나온 할머니들의 모습이 보인다. 굽은 허리와 거친 손이 말해주는 모습처럼 정성껏 양념한 밑반찬과 김치를 파시는 어르신도 있다. 늘 웃는 얼굴로 콩나물과 묵을 파시는 중년 언니의 밝은 에너지도 느껴진다. 더운 여름 뜨거운 열기와 함께 어묵을 튀겨내는 부부의 모습도 보인다. 다들 열심이다. 삶의 순간들이 자신이 가꾼 음식처럼 그의 존재로 스며든다. 그 향을 맡으러 가곤 한다. 많이 사지 않아도 그분들의 성실함과 정성이 내 안에서 느껴져서 좋다.


시장에서 만나는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내게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낸다. 특히 엄마와 함께 갔던 장날의 풍경은 아직도 선명하다.

예전에 엄마와 시장 장날에 오게 되면 생선이나 꽃게도 사곤 했다. 바짝 거리고 짭짤한 꽃게장을 엄마는 가끔 만드셨다. 두툼히 베인 꽃게 알을 한 입 입에 머물면 그 고소함에 입안의 밥이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목구멍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렇게 맛있게 먹는 나에게 엄마는 국물에 밥도 비벼주셨다.

가자미를 기름에 바싹하게 구워 내가 좋아하는 미역줄기볶음과 함께 먹으면 밥 한 공기 뚝딱하던 기억이 난다. 간이 잘 벤 김치와 함께 맛있게 먹던 나에게 엄마는 가끔 친정에 오면 그렇게 해 주셨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난 별로 생선을 사지는 않는다. 먹고 싶으면 생선구이 정식을 식당에서 주문하곤 한다. 하지만 엄마의 손 맛이 들어간 꽃게장이나 가자미 구이의 맛보다 엄마의 모습이 더 그립곤 하다.


사물이 주는 형상보다 그 사물의 이미지에 대한 기억과 감정이 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는다.

사람마다 그 기억과 부여한 감정이 달라 사물에 대한 애착도 다르다.

그러기에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내가 느끼는 시장에서의 분위기를 모두 다 똑같이 느끼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사물에 대한 철학과 삶이 부여된다.


삶이란 스스로 부여한 삶의 이미지를 느껴보고 설명할 수 있는 자신만의 회로를 만드는 것 같다. 그 회로가 서로 다름을 인식할 때쯤이면 서로에게서 나오는 각기 다른 음악을 인정할 때도 온다.

그 음악을 감상하며 끊임없이 회로를 이어가는 것이 삶인 것 같다.

첫 회로에서 인식된 가자미가 엄마의 음식으로 느껴지고 그것이 다양한 조리로 대접되는 곳들을 갈 때마다 새롭게 얹어지는 기억은 계속 새로운 음악을 흐르게 한다. 그 가자미의 추억을 그리움과 감사로 다시 표현하는 삶이 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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