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타트레킹의 흑과 백

우리는 무엇을 가져갈까

by 김혜신

조지아의 산맥은 거대하다.

코카커스의 산맥의 장엄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기지 않아 여러 번 눈을 깜박여 본다.

나무가 울창한 것보다 바위의 단단함과 거침이 감히 말을 붙이기 힘든 이를 보는 듯하다.

차를 타고 보는 코카커스의 산맥의 웅장함에 시선을 빼긴다.


조지아는 주타 트레킹으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국경 바로 아래에 위치한 조지아 북부의 카즈베기지역에는 많은 이들이 온다.

주타 트레킹을 체험하러 오기 때문이다.

트리빌리시에서 버스를 타고 오기도 하고 여행사의 당일 코스로 예약해 오기도 한다.

그러니 이곳을 향한 다양한 이들과 함께 트레킹을 하게 된다.

주타 마을의 트레킹 코스로 그 마을 또한 외지인으로 붐빈다.


얼마 전 평화시장을 가 본 적이 있었다.

한국의 전통음식을 맛보러 많은 외국인들이 있었다.

평화시장에서 유명한 빈대떡, 씨앗호떡, 마약김밥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 등이 풍부했다.

한국시내 투어로 신청한 외국인들의 무리뿐 아니라 나 같은 한국인들도 많이 있었다.

K푸드의 인기로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현지 상인들은 능숙하게 음식을 팔았다.

보기 쉬운 메뉴판에서부터 간단한 의사소통까지 막힘이 없었다.

마치 여행의 한 코스처럼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는 모습에는 한국음식의 체험이라는 꼬리표가 느껴졌다.

이곳을 다녀간 이후 이들은 한국음식을 먹어보았다는 경험 외에도 어떤 느낌을 가져갈 것인지 궁금해졌다.


조지아의 주타 또한 트레킹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꼭 찾아오게 되는 명소이다.

그리 가파르지 않지만 산세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걸어서 갈 수도 말을 탈 수도 있는 이 코스를 오르는 다양한 외국인들을 보게 된다.

이렇게 찾아오는 이들이 많으니 주타마을에서도 이곳은 주요 수입원이 된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주타 트레킹 코스의 입구에 차를 세우기 위해서는 요금을 내야 한다.

요금을 받는 어르신은 당연히 돈을 받지만 요금 명시도 입장권도 보이지 않는다.

자갈과 모래의 비포장도로를 지나 마을 입구에서 받는 돈을 관광객들은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트레킹을 자주 하는 이들을 보면 배낭에 다양한 것들을 가지고 간다.

먹을 것부터 가벼운 옷과 심지어 텐트까지 가지고 간다.

대부분이 당일 코스로 이곳을 오지만 간혹 텐트를 가지고 1박을 하거나 주변 산장에서 머무르는 이들로 있다.

이들과 달리 우리 일행은 가벼운 산행으로만 알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흔한 초콜릿조차 준비하지 않고 움직인 우리의 무지함은 주타산의 첫 포인트 카페에서 안도했다.

간단한 음료와 해먹으로 중간 충전을 마치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눈앞의 산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끌려가듯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올라가는 경사이기에 숨이 가파르지 않았다.

가끔 마주하는 물줄기에 신발을 젖시며 움직이는 스릴도 있었다.

말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피해 걷는 재미와 뒤를 돌아볼 때의 아득함이 너무 멋졌다.


문득 인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느껴지지만 어느새 익숙해진다.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정상이 눈앞에 보이고 뒤를 바라보면 꽤 많이 올라온 길들이 눈에 들어온다.

군데군데 보이는 물살에 당황하지만 징검다리를 건너기도 과감히 물속에 발을 넣고 걷기도 한다.

혼자 가다가도 누군가를 만나 인사하고 이야기를 건너기도 한다.

지치면 쉬기도 하고 머물기도 한다.

모든 것에 정답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따라가면 된다.

뒤쳐지지도 앞서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만이 있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가진 자나 그렇지 않은 자, 그곳에 머무르는 자나 외지에서 오는 자 모두에게나 동일하다.

다만 그곳을 지나가는 우리가 스스로 차등을 둔다.

그럼에도 그림과 같은 자연을 느끼고 감탄하는 데에는 예외가 없다.

아름다움을 느끼며 자연의 일부와 함께 호흡하는 데에는 차등이 없다.


관광객으로 이곳을 오게 되었지만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서로 다른 이들이 이 주타라는 곳에서 하나로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환대와 존중이 필요할 것 같다.

평화시장의 먹거리가 체험에서 끝나지만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주타의 트레킹이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서로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에서의 환대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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