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신 Oct 05. 2024

책과 떠나는 지하철 여행

지하철이 도구가 되는 책 여행 이야기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조용히 책상에 앉아 책을 편다.

글의 내용이 나에게 말을 건네며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답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책과 함께 글을 써 내려간다.

정지된 공간에서 읽어 내려가는 책은 나를 집중하게 한다. 조용한 시공간에서 저자가 던지는 이야기가 직공으로 나에게 날아온다. 그 공을 보고 타격을 할 때도 있고 그냥 몸을 피해 스쳐가게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읽은 책들은 나에게 스며드는 연기와도 갔다. 나의 느낌, 영감, 그리고 감각으로 나에게 스며든다.


 승강장을 떠나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책 읽기 좋은 자리를 찾는다. 운이 좋으면 앉지만 그렇지 못해 서 있어야 할 때도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지하를 달리는 지하철이 가끔 지상으로 나와 밖의 풍경을 펼치면 형용색색의 풍경이 내 눈을 자극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펼쳐진 풍경과 만나 다른 각도의 공이 된다. 직선의 공이 아닌 때론 곡선이 되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나는 움직이는 차에서 책을 읽으면 멀미가 난다. 잠시 책을 읽다가 다시 덮고 창밖의 풍경만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지하철은 가끔 마주치는 바깥풍경 외에는 대부분 캄캄한 지하를 달리니자연스럽게 책에 집중하게 한다. 조용한 침묵이 아닌 여기저기 들리는 소음에도 내 시야에 들어오는 책의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읽히는 책은 배경음악을 틀고 읽는 책과 같다. 한 페이지를 읽다 눈을 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열 페이지를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점검해도 아쉽지 않다.  지하철 안에서 읽는 책은 마치 보너스와도 같다. 이동하는 시간에 읽는 책이 새로운 공간으로 이어지면서 목적지에 나를 안착시킨다.


 지하철에서 읽는 책이 도구가 될 때고 있지만 지하철을 도구로 삼고 싶을 때도 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책의 내용에 따라 정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정리하고 싶을 때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 떠나는 시간과 도착 시간을 예상해서 목적지에서 할 일을 생각한다. 그것이 트레킹이나 산책으로 정해지면 지하철 노선을 검색한다. 때론 유튜브 영상을 참조해서 목적지를 찾는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정한 지하철 여행에 한 권의 책을 가지고 떠난다. 그것이 여행이 된다. 책의 저자와 함께 하는 여행은 요란하지 않다. 마주하는 새로운 환경에 조용히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면 뿌듯한 느낌도 덩달아 따라온다. 가끔 TV화면에서 유럽의 한 도시여행을 떠나는 내레이터처럼 나 자신도 책과 함께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는 듯하다.


부담 없이 당일 코스로 시도할 수 있는 지하철 여행과 책은 나 자신과 보내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