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표현하는 사랑이 상대에게 사랑의 느낌으로
꼭 다가가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여기 긁어 달라고 하면 다른 곳을 긁고 있다고' 그의 비난의 말투가 무슨 의미인지 안다. 하지만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받아들이기보다는 비난하는 그의 말투가 상처로 내 마음에 박혔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와 그 표현은 다 같지 않다. 내가 받고 싶은 것을 주면서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위해 맞춤식 표현을 사랑의 방식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또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지만 조건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사랑법을 마주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 모든 사랑의 표현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던 것이나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투영일 수 있다. 이런 이해가 머리에서는 받아들여져도 때론 일상에서는 마음의 저항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최근 다시 읽기 시작한 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5가지 언어를 통해 나 자신과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인정하는 말, 같이 보내는 시간, 선물, 봉사, 그리고 스킨십이라는 것이 사랑의 언어로 표현되는데 각자 자신이 좋아하고 익숙한 표현들이 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언어와 상대가 좋아하는 언어가 같지 않아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나와 상대의 사랑의 언어가 다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하고 사랑의 언어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우리와 상황을 어떻게 느낄까
나의 아버지는 형제누이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셨다. 먹고사는 것이 힘든 시대였기에 아버지의 관심사는 늘 잘 먹는 것이었다. 명절이면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서 장을 보시고 손수 만두를 빚으셨다. 저녁에 귀가하실 때면 늘 손에 가족에게 줄 간식거리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말로 사랑을 표현하시보다는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곤 하셨고 그로 인해 나 또한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는 것을 자연스럽게 좋아한 것 같다. 그런 아빠의 사랑의 언어는 선물, 봉사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그에 반해 엄마의 사랑의 언어는 조금 달랐다. 이상이 높으셨던 엄마는 미쳐 펼쳐 보지도 못한 엄마의 욕구로 인해 우울해하셨다. 성악으로 프리마돈나를 상상하셨지만 현실 주부의 삶이 비선택적으로 엄마에게 다가온 듯해 힘들어하셨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 개개인의 희생적인 부분과 선택이 폭이 한정적이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런 엄마의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 선물 그리고 스킨십이었다. 서로 다른 사랑의 언어로 사랑보다는 정으로 결혼생활을 하셨던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이 모든 사랑의 언어의 씨를 받았지만 나 또한 나에게 익숙한 부분들이 있다.
선물과 봉사 그리고 같이 있는 시간을 잘 표현하면서도 쑥스러워 인정하는 말이나 스킨십은 쉽게 표현되지 않았다.
나는 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가
내가 가장 자주 불평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요청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사랑의 언어를 찾아보기 위해서는 위의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라고 한다.
자신이 표현하는 것과 상대가 표현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말 이면에 있는 욕구와 감정 그리고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먼저 느껴야 한다. 어떤 조건 없이 존재 자체로 자신을 사랑하는 그분의 사랑을 믿어야 한다. 그 사랑으로 자신을 채워야 한다. 그 사랑의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면 이해가 간다. 무엇을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지를.
사랑의 표현은 상대를 위한 것 이전에 나에게 사랑을 주시는 그분과 먼저 이뤄진다. 그분을 향한 기도와 찬양, 대화,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사랑의 느낌을 충분히 나눈다면 그 표현은 다른 이들을 위해서도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감사이다. 감사는 피곤한 삶에 두려움으로 방황하고 있는 자신에게 바라봐야 할 불빛과도 같다. 감사는 불안감에 뭔가를 채우고 있는 자신에게 잠시 주위를 살펴볼 수 있는 순간을 준다. 감사는 나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받았고 가지고 있을을 다시 보게 한다.
사랑의 표현은 다양하고 각자 익숙한 표현들이 있다.
그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과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는 우리 삶의 바탕색을 변화시킨다.
잠시 어둠이 깃들 때 그분의 사랑과 받은 사랑으로 감사를 떠 올려 본다면 잠시 어두워진 색은 금세 밝아질 것이다.
게리 채프먼의 하나님의 사랑의 언어는 종교 서적이 아닌 우리 모두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 꼭 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