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단계
어릴 적 나는 정리정돈을 잘했다. 작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집안을 요리조리 정리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조용히 집에서 재봉틀이나 뜨개질하기도 좋아했지만 특별한 솜씨를 보이지는 않았다. 좋아는 했지만 손재주는 별로인 것 같았다. 이런 성향은 지금에도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꾸미는 재주는 없지만 깔끔하고 정리정돈된 것을 좋아하는 성향으로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정리와 청소기 돌리기를 먼저 하며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 성향과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찾아볼 때 어렸을 때를 떠올리라고 한다. 무의식과 환경의 지배를 덜 받는 어렸을 때의 모습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떠올린 나의 어린 시절은 정리정돈이고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엄마의 흰머리를 뽑아 검은색 성경책 표지에 놓으면 책 읽어 주시던 엄마의 목소리는 코 고는 소리로 바꿔졌다. 글을 배우기 전 엄마의 목소리로 듣던 동화책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간다. 이후 이십 대에 품은 자유에 대한 동경은 막연한 여행에 대한 바람으로 이어지고 지금까지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나 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인생지도 그리기이다. 영역별로 나눠진 나의 삶에서 현재의 나, 그리고 되고 싶은 나를 표현해 보라고 한다. 삶의 가치는 무엇이고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가 적힌 제일 안쪽 원 주위로 설정된 영역에서 현재의 나와 되고 싶은 나는 무엇인지 써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엇을 적어야 할지 선 듯 써지지 않지만 썼다 하더라도 진정 그것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인가에는 의문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이들이 원하는 것들 사이에서 주저하고 따라가다가 자신의 길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는 것을 자주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투자해야지만 자신의 페르소나(가면) 뒤의 민낯을 볼 수 있다. 가족이 원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확신이 없는 자신이 선택한 다른 이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으로 덧입혀질 수도 있기에 계속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러기에 글의 앞부분에서 어렸을 때 자신이 좋아했던 일들을 적어보라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의 꿈을 생각하다 쓰기를 망설이게 되는 경우는 그 꿈을 내가 실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때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다라고 생각이 되지만 실행으로 옮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그 꿈을 실천할 수 있는 기본기가 있어야 한다. 전문 영역으로 그 꿈을 확장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 현실과 타협이 돼버리면 '뭘 써, 그냥 이대로 살지'하면서 늘 변화 없는 삶으로 회귀한다. 그러기에 자신이 원하는 삶과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차이를 느끼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하고 싶은데, '라고 말하며 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 버린다.
하얀 종이를 펼치자. 펜을 들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적어보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보자.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좋아하면 그것 또한 그대로 적어보자. 단 그 일을 언제부터 좋아했지 시간도 적어보자.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해 보자. 미래의 원하는 모습을 담은 글자를 써보자. 그리고 왜 좋아하는지 왜 하고 싶은지를 적어보자. 이렇게 이주에 한 번씩 다시 적어보자.
똑같이 적힌 인생지도가 아니다. 비숫한 듯 다른 표현들이 나온다. 내가 원한다는 것들인데 매번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렇게 6개월 정도를 지속적으로 해보자. 희미하게 스케치한 그림이 뚜렷해지고 색을 칠한 듯 선명해진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하고 싶은 일들이 명확해진다. 그리고 선명한 이미지는 종이 위만이 아닌 자신의 머릿속에도 그려져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얼마큼 선명하게 떠올리는지가 자신의 미래가 되게 하는데 큰 관건이 된다.
꿈은 좋아하는 일과 잘하고 싶은 일에서 내가 찾아가면서 얻게 되는 기회이다. 그 기회가 나의 현재의 환경과 내 생각의 한계로 한정된다면 늘 자신을 작은 울타리에 가둬두는 것이다. 비록 ~이지만, 이라는 도전의 발판을 디디는 순간 경험은 실패든 성공이든 자신의 자양분이 된다. 자신이 주도하는 삶은 밝은 빛을 심어준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삶의 순간들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기에 꿈을 꾼다는 것은 삶의 빛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꿈을 꾸는 이들은 늘 젊다. 고여있지 않다. 탁한 물이 되기 전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 흐름이 다른 물줄기로 물살이 세어질 수도 있고 졸졸 흘러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맑고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흘러간다. 갈증이 나는 누군가에게 맑은 물이 되어 적셔줄 수도 있는 그런 물처럼
꿈이라는 추상적이고 광범이 한 의미를 나만의 의미로 재정의하고
그 꿈을 수 없이 반복해서 적어보고 말해보고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제일 첫 단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