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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Dec 16. 2022

내가 손 편지를 쓰는 이유

'물음표와 느낌표'에 대하여

*2022년 9월 2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작심 에세이. 매주 키워드 또는 문장에 대한 짧은 글 한 편을 쓰고 서로의 글을 읽고 감상을 나누자. 혹여 중간에 멈추게 되더라도 언제가 되었든 또다시 글을 써보자.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지만 말자.






 내 일상에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과정에 있고 그 사람이 선물을 받고 나서 극대화된다. 나는 누군가의 생일을 맞이하거나 축하할 만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이 평소에 좋아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을 요즘 가장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취향을 떠올리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만이 가득하다. 알 듯 말 듯 그 사람에 대한 퀴즈를 풀어가는 느낌이라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고르는 일은 항상 어렵고 왠지 조심스럽기까지 한다. 때문에 무슨 선물이든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선물을 준비했다면 나는 거의 항상 선물에 곁들일 짧은 손 편지를 쓴다. 아무 종이를 쓰는 게 아닌, 내가 아끼는 엽서에 말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편집샵에서 예쁜 엽서들을 몇 장씩 사모으곤 한다. 소장하기 위해서 보다 언젠가 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써 줄 마음으로.) 

굳이 손 편지를 쓰는 이유가 있다면, 손편지의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타이핑 몇 번으로 쉽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요즘, 손편지에는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가는 낭만이 있다. 쓰다가 틀려도 백스페이스로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틀린 부분에는 수정액을 사용하거나 짧게 두줄을 긋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 넣곤 한다. 손 편지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고민했던 흔적까지 남길 수 있다. 내가 손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이보다 더 확실한 이유는 없다.

글로 내 진심을 온전히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선호한다. 말은 발화하는 즉시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지지만 손으로 쓴 글은 엽서 위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편지를 받은 사람의 마음속에도.

가장 중요한 이유를 하나 빠뜨렸다. 내향형 인간은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는 게 덜 부끄럽다.


선물과 함께 편지를 건네며 나는 이렇게 말한다.

      



 “(너만 상관없다면) 편지는 지금 읽어봐도 돼.”     




이런 내 말에 부끄러워하면서 집에 가서 읽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 자리에서 엽서를 받아 들고 천천히 읽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다니던 물음표는 서서히 느낌표로 바뀐다. 그들이 보이는 반응은 예상치도 못한 감동을 되돌려주기도 하며 그 자체로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변하는 순간들은 의외로 아주 사소한 것 같다. 사소하기에 그 순간들을 소중하게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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