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부터 '뉴욕'이란 도시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뉴욕은 정말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엄청난 교통체증과 노란 택시, 고층 빌딩 숲과 도시 소음이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나 보다. 뉴욕이 그저 바쁘기만 한 도시가 아니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한가운데에 자연이 있고, 그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낭만을 느낄 수 있었다.
매주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주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알고 즐기고 싶어 구독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뉴욕에 관한 레터를 받았다. 뉴욕여행 가이드 북부터 에세이까지 찾아 읽곤 했던 10대 시절이 떠올라 레터를 받고 나서 조금 설렜다. 얼마나 뉴욕 같은 음악일까?
1,2,3번 모두 뉴욕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몰라도 미디어로 접했던 뉴욕의 거리를 상상해 보면서 들으니 음악이 표현하는 바를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는 3번. 뉴욕에 가본 적도, 지하철도 타 본 적도 없지만 3번을 들을 때 덜컹거리는 뉴욕 지하철 안에 앉아있는 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정신없고 시끄럽지만 그 속에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고 제각각 개성이 돋보이는, 다소 낯선 분위기의 뉴욕 지하철. 상상만으로도 뉴욕이라는 도시가 더 궁금해졌다.
3년 전, 계획했던 뉴욕 여행은 안타깝게도 코로나 때문에 취소되었다. 뮤지컬을 사랑한 나머지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원 없이 공연을 관람하고 역사와 문화를 직접 느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한동안 속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다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언젠간 뉴욕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뉴욕에 가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추천받은 거슈윈의 음악을 들으면서 뉴욕의 빌딩 숲 사이를 뉴요커처럼 거닐어보는 것.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순간을 빨리 마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