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치노매드 Dec 27. 2022

40대가 되어도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렸던 이유

올해도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 가셨다

마침내 아이들이 잠들었다. 슬그머니 일어나 장롱 한편에 숨겨놓은 선물을 얼른 포장하기 시작한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새벽녘. 혹여 아이들이 깨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난다. 아이들은 매년 선물을 주시는 산타 할아버지를 올해는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자다가 인기척이 나면 일어나겠다며 트리가 놓인 거실에 이부자리를 폈다.


포장한 선물을 살금살금 들어서 산타 할아버지 대신 트리 아래 놓아두었다. 그 위에 초콜릿과 과자를 담은 크리스마스 양말을 걸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엄마로부터 받은 양말이었다. 

“이게 아직도 있어요?”
“응 그러네. 이제 네가 필요할 것 같아서.”


언제 적 크리스마스였더라. 아침에 일어나니 침대 머리맡에 선물과 양말이 놓여 있었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양말 속을 들어다 보니 사탕과 초콜릿이 잔뜩 있었다.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있구나.’ 

선물도 선물이지만 먹을 걸로 가득 찬 양말을 보며 산타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그 후로 매년 산타 할아버지는 선물과 함께 초콜릿을 담은 양말을 보내 주었다. 아침부터 초콜릿을 먹으며 선물을 펼치고 만화영화를 보는 크리스마스는 느리고 한적했다. 크리스마스 특별식으로 엄마는 따뜻한 수프와 빵을 차려주셨다. 그날은 하루종일을 먹고 쉬며 뒹굴었다. 배를 깔고 엎드려 만화책을 보거나 귤을 까먹으며 부루마블을 했다.


아침에 양말이 놓여있는 매년 크리스마스는 예외 없이 비슷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양말이 어느새 우리 집에 와 있었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원하는 선물을 보내준 산타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리곤 양말에서 초콜릿을 꺼내 먹으며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읽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보내준 양말 덕분에 변함없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나카는 일본 사람 아닌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