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먹을만하답니다
필자가 앓고 있는 강박증과 건강염려증, 공황은 모두 불안증에 속한다. 거기에 추가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있다.
가장 먼저 복용한 약물은 산도스설트랄린이다. 2세대 항우울제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에 속하는 설트랄린(Sertraline)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카피(copy) 약이다.
우울증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의 결핍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세 신경전달물질 중 주로 세로토닌이 재흡수가 되는 걸 막는 약물이다.
잘 알려진 항우울제인 프로작(Prozac)도 SSRI에 속한다.
SSRI는 만능이다. 우울뿐만 아니라 불안, 강박, 공황과 틱에도 효과가 있다. 즉 필자가 앓고 있는 질환들 중 불면증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SSRI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SSRI만으로는 부족하다.
(50mg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최고용량인 200mg 복용 중)
SSRI가 효과가 없을 경우, 우울증의 보조요법으로 아빌리파이(비전형 항정신병제로 주로 조현병과 조울증에 사용)를 주로 사용한다. 유효 성분은 아리피프라졸이며, 다른 치료약에 첨가해서 쓰면 치료효과가 극대화되는 애드온(Add-on) 약물로 유명하다.
또한 도파민에 대한 부분 효현제(partial agonist)로, 쉽게 말해 도파민이 부족할 때는 양을 늘려주고, 과도할 때는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1mg으로 시작해 5mg을 먹다가, 가장 최근 진료 때 3mg으로 감량했다. 불안 강박이 감소했고, 불면증에 악영향을 끼치는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둔한 내 몸에 아빌리파이는 부족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나의 자살사고가 만성화되었다고 판단하시고 거기에 효과가 좋은 탄산리튬을 처방해 주셨다.
주로 조울증에 쓰는 약이지만 조울기가 있는(=감정기복이 심한) 우울증에도 자주 사용한다. 도파민을 감소시켜 기복의 폭을 줄여준다.
내가 겪은 부작용은 입 마름과 몸 떨림이었다. 대략 서너 달 지속되었으나, 솟구치는 짜증보다는 감내할 만해서 꾹 참았다.
(150mg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450mg 복용 중)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추가된 약물은 쿠에타핀이다. 유효성분은 쿠에티아핀이다.
주로 조현병과 조울증에 쓰는 약물로, 부가요법으로 우울증에 사용하기도 하며 저용량으로는 오프라벨(Off-label)로 수면유도제로서 사용하기도 한다.
과도한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수치를 낮춘다고 한다… 도파민을 낮춰야 잠에 들 수 있는 건 맞지만, 나는 세로토닌이 없어서 문제인 우울증 환자다. 그런데 이 약물을 우울증에도 사용한다니 참 알 수 없는 정신의학의 세계다.
(12.5mg으로 시작하여 75mg 복용 중)
필자는 우울보다는 강박증(불안증의 일종으로, SSRI를 고용량으로 사용)으로 인해 정신과에 찾아갔기 때문에, 위 표의 첫 단계인 ‘생활 습관 개선’ 단계는 거치지 않았다.
SSRI를 단일요법으로 몇 주 복용 후에 우울이 자취를 드러냈고, 점점 심해져 아빌리파이(제3세대 항정신병약)와 리튬, 그리고 쿠에타핀(제2세대 항정신병약)까지 추가됐다. 즉 위 표에서 가운데 루트를 따라 끝까지 온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