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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Mar 16. 2024

다 끝내버리고 싶어서

이젠 정말

나아지고 싶지 않아서

나아갈 힘이 없어서

모든 게 꼬여버려서

존재함이 고통스러워서

어떤 유의미도 찾을 수 없어서

남은 건 시체의 마음뿐이라서

현재를 살지 못해서

이제 집에 가고 싶어서

남의 고통에 내가 더 아파서

세상이 피로 범람해서

내 속에서 길을 잃어서

여름에도 겨울이 있어서

상실의 절벽이 아찔해서

역한 냄새가 진동해서

세상 모든 요소가 두려워서

눈을 떠도 눈을 감은 것 같아서

아무것도 말이 안 돼서

궁극적인 가치가 없어서

나는 이미 떠난 배 같아서


제발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아니 없었던 일이었으면


이미 충분히 힘들었던 것 같은데 나와 세상은 내게 더 고통을 주고 싶어 한다. 나 진짜 열심히 살았어 좀 알아주라 그리고 엄청 힘들었어 이것도 좀 알아주라 미안해


날 아끼고 사랑해 주는 이들은 내게 짐일 뿐이다.

내가 죽지 못하는 이유 내가 편안해질 수 없는 이유

더는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길 간절히 원한다. 모든 게 버거워서 나는 늘 넋이 나가있다.


처음으로 상담 때 울 뻔했다. 선생님의 표정도 왠지 슬퍼 보였다. 우리 선생님께는 보통 상담을 6개월 정도 받는다고 한다. 나는 현재 37회기를 받았다. 반년이 훌쩍 넘었는데 종결할 기미가 안 보인다.


아 너무 슬프다. 너무너무. 선생님은 늘 삶의 가치를 내게 알려주시려 하고 나는 온몸으로 거부한다. 정말 사랑하고 감사하고 죄송해요 선생님. 진심으로요.


.


.


.


재수하면서 가장 의지했던 친구와 바에 갔다. 내가 자해를 안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 친구다. 작년에 비해 많이 나아진 건 사실이기에 마음이 놓인 친구가 작년 얘기를 내게 해주었다.


1. 6~8월 사이 언젠가 내가 까딱하면 죽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우울증의 절정을 지나고 있음을 확신했다고. 하루는 내가 너무 위태로워 보여서 잠도 못 자고 답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했댔다.


2. 다행히 한 번도 그러지 않았지만, 만약 내가 3일 이상 연락을 안 본다면 멘탈이 완전히 나갔을 거라고 했다.


3. 내가 절벽에서 줄을 잡고 떨어질락 말락 하는데, 그 줄을 제대로 잡고 있는 건 주치의와 상담사고, 자신은 힘이 없어 제대로 못 잡는 느낌이라 무력감에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씨발.



제발 내가 그냥 죽을 수 있게 해 줘. 미안해 많이 나아진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아닌가 봐. 살아있는 게 너무 무섭다 다 그만두고 싶다. 죽을 날만 기다린다


자아다운 자아가 생긴 이후로 난 줄곧 힘들었다. 안 힘든 적이 없었다. 고통스럽지 않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죄를 짓지 않았는데 벌을 받는 느낌이다. 날 세상에 태어나게 한 모든 우연을 원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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