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입원 중

내 골방에는 커튼이 없다

by 레이첼

견뎌야 하는데

견디기가 너무 힘들고

견디고 싶으면서도 견디기 싫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안 괜찮았고

그러다가 가끔은 정말 괜찮았는데

그게 안 괜찮은 거라고도

나는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도 한다


나의 괜찮음과 적절함은

언제 어디로 사라졌나

내가 마지막으로 괜찮았고 적절했던 때가

대체 언제였을까


괜찮지 않다고 소리를

빽빽 지르고 난동 피우고 싶지만

그러기 싫다.



나는 괜찮은가

괜찮지 않은가


겉보기에 잘 살아서 잘 모르겠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모두가 그대로 믿었다.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알 법도 한데

아직도 모른다.


알려주고 싶지 않다.


나는 독심술을 원하는 건가?



정말이지

적절한 게 없는 나.


나는 괜찮지 않았다고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땐 진짜 괜찮지 않았다:


하나도 괜찮은 게 없었다.


그때의 나는

부적절함 덩어리였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이

문득 하나도 괜찮지 않게 느껴져서


내 살가죽을 다 찢어버리고 싶다.

도무지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엄마 아빠의 태도? 성격? 뭐든 간에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비협조적인데

그들은 그렇게나 둔하고 경직되어 있는데


우리 셋이

어떻게든

어느 방향으로든 바뀌어야


내가 나아질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그게 불가능해 보인다.


가능하다 해도

그 과정에서

내가 못 버티고 죽을 것 같다.



진짜

내가 어떤 퍼포먼스라도 해야

정신 차릴 것 같긴 한데


동시에

그걸 원치 않기 때문에


일단은 조용히 있는다.



내 골방은 내 침대다.


(이런 조그만 방이 한국에서는 큰 편이라니

동생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늘 큰 방을 차지해왔다.)



나를 더 고립시키고 싶다.


입원실에서 1인용 침대를

휙 둘러싸는 커튼 같은 걸

설치하고 싶다.


그래야 마음이

훨씬 편(하고 답답)하다.


너무 모순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