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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Aug 07. 2019

야밤에 회사 헬스장에서 턱걸이를 하다.

그리고, 알게 된 몇 가지 사실들.

“어후 어제도 또 샀어”

“뭐 샀는데?”

“바나나 2개 요플레 1개, ”


오늘도 김대리는 나에게 와서 하소연이었다."팀장이 어제 법인카드로 편의점에서 뭐 샀는지 아세요?" 사실 원치 않은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팀으로 이동한 지 얼마 안 된 나의 관심은 딴 곳에 있었다. 이 직장에서 내가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 중이었다. 


근데 이 조삼봉이라는 팀장 이 분, 특이한 분이었다. '프로야근러'라고 부르는 야근 중독자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축'이었다. 야근하는 것은 좋은데, 야근의 성과는 보이지 않는 그의 일 그는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는 법인카드로 퇴근할 때 사무실 옆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구매했다. 김대리는 매일 아침에 뜨는 경비 시스템에서 그가 무엇을 샀는지를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나는 그것을 왜 우리가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그렇게 회사 카드로 바나나 한두 개, 요플레 한두 개를 때론 초콜릿 우유와 빵을 샀다.  


회사와 자신의 물아일체의 경지에 올랐다고 누군가 이야기했다. 가정생활이 곧 회사생활이니, 회사 카드도 그렇게 쓰고 다니지, 누군가 점심시간에 이야기했다. 사실 법인카드의 예산 배정은 팀의 머릿수대로 정해져 있으니 엄연히 우리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점이 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에도 창피한 금액의 액수였다. 그저 김대리의 하소연을 매일 참는 수밖에


모두들 조삼봉 팀장이 우리를 퇴근시키고 과연 무슨 일을 하는지 정말 궁금하기는 했다. 항상 마지막 끝까지 남아있는 그는 과연 무슨 일을 할까? 미스터리한 일이었다. 팀원들끼리 모여 차를 마시며, 한 마디씩 했다. 누구는 회사 말고 본인 사업을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으며, 또 누구는 미국 유학 준비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프린터에서 영어 저널을 가져가는 것을 봤다며 증거를 제시했다. 통화 중에 학교 이야기가 나온 걸 보면 회사 몰래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게 아닌지도 의심하기도 했다.


이 팀에 온 것도 불만인 나에게는 팀 동료들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팀장도 회사도 싫어졌다. 이제 3년 차이기도 해서, 또 옮겨야 하고,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사람인, 잡코리아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여기저기 지원도 하느라 피곤한 하루하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이미 익숙해진 업무가 편해져서, 혹시나 연락이라도 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9시 출근해서 3~4시면 업무를 마쳤다. 땡땡이치면서 놀고 있는 내가 과연 다른 회사에서 다시 일을 배울 수 있을까 불안했다. 새로울 것 없는 동료들과 새로울 것 없는 일을 하며 이미 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전화영어를 하러 회의실을 급하게 찾고 있었다. 그 날따라 내가 있는 10층 회의실에는 회의실이 꽉 찼으니, 빨리 찾아내야 한다며 9층으로 급히 뛰어 내려갔다. 사실 인사팀 회의실이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터라, 그곳으로 내려가 빈 회의실에 앉았다. 필리핀 마닐라에 사는 노엘의 전화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바로 옆 회의실에서 소리가 들렸다. 조삼봉 팀장 목소리가 들였다. 인사팀장과 그가 앉아있는 듯했다. 인사팀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채권압류, 이거 회사에서 계속 반반씩 월급에서 까지고 있는데 이거 언제 처리될까요? 요즘 그룹에서 윤리경영, 준법경영 이런 거 하도 말이 많은데, 회사에서도 괜히 이런 것 때문에 말나 올 수 있도 있고..." 

"죄송합니다. 처분할 거 다 내놓고 있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여기저기 마련해서 급한 거는 처리해보겠습니다. 조금만..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게 빨리 하겠습니다."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 괜히 알지 않아도 될 소리를 듣고 나니 당황스러웠다. 큰 회의실을 간이로 나눠둔 회의실이라 방음이 안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 들릴 줄이야. 필리핀 노엘의 전화를 부리나케 끄고는 조심히 회의실 문을 닫고 10층으로 올라왔다. 비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괜히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3번 울리면 결석처리라, 일단 노엘에게 조용히 "Hello~Hello~"를 하며 비상구 옆 구석에서 통화를 했다. 어떻게 통화를 했는지, 그날따라 버벅거리며 노엘과는 통화를 마치고, 나는 자리에 돌아왔다. 아직도 비어있는 조삼봉 팀장의 자리. '사연이 많은 분이네' 싶어 마음이 짠했다.


다음날 김대리에게 평소 같으면 부리나케 달려가서 이야기했겠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맞다. 가끔씩 그런 분들이 있다. 인사팀에 근무할 때 가끔씩 법원에서 등기서류가 올 때가 있었다. 당시 급여담당자인 김주임은 그럴 때마다 툴툴거리며 결재판을 들고 인사팀장에게로 갔다. 김주임은 그리고 나를 불러 담배를 피우며, 주로 가족, 형제들의 보증을 섰다가 잘못되면 민사집행서류가 회사로 온다고 했더랬다, 그래도 월급의 반이상을 떼어갈 수는 없다고 씁쓸하게 이야기했던 게 기억이 났다.


김대리는 팀장이 어제도 또 뭘 샀다고 나에게 이야기하러 왔지만, 나는 한 귀로 흘려들었다. "알았어~" 건성으로 답하고 성큼 물을 마시러 생수기로 갔다. 다행히 조 팀장은 자리를 비웠다. 다음에는 김대리를 좀 조용히 시켜야겠다 싶었다. 평소에도 목소리가 큰 김대리, 다른 팀에도 들릴 수 있으니 조심시켜야겠다. 


5월 말이었다. 서서히 여름이 다가오자, 회사는 현장 위생점검 준비가 한참이었다. 매년마다 진행하는 연례행사, 매장에서 식품류도 취급하는 회사이다 보니, 위생점검 주간은 매장도 본사도 같이 힘든 시간이었다. 본사는 그나마 편했는데, 현장은 위생점검을 준비하느라 휴무에도 나오고 연장근무도하는 걸 알지만 모두가 암묵적으로 모른 척했다, 김복동 본부장은 주간회의 때 올해는 보안점검과 위생점검을 같이 하고, 회사뿐 아니라, 그룹 점검을 같이 할 예정이라며 계열사별로 점수를 매기니 더 신경을 쓰라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고 생각이 들 때쯤 김복동 본부장은 "그래서 말인데, 팀장 이상은 모두 주 2-3회 현장방문 준비하자고, 일정 짜 봐." 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그래서 회의는 끝까지 들어야 한다. 이 더운 날 현장 방문을 주 3회 하자고, 볼멘소리가 팀장들 사이에서 나왔다. 내년에 전무 승진을 해야 되니까, 아주 열심히다 누군가 한마디를 보탰다. 나는 '이래서 팀장이 되기 싫다고' 조용히 생각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좋았다. 팀장 아래는 모두 어린이날이니까, 


메일로 온 스케줄표를 보니, 조삼봉 팀장은 그것도 경기도권을 배정받아 고양, 광명, 안산, 의정부를 돌아다니게 되어있었다. '서울로 좀 해주지' 하며 엑셀에 김복동 이름을 쳐보았다. 잠실, 강남, 삼성, 매봉점으로 나와있다. 임원들은 웬만하면 집 근처로 배정한 옆팀 위팀장, '정말 딸랑이다.' 싶었다.


뭐 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회사는 목요일, 금요일 오전은 어린이 날이었으니까. 팀장 이상 임원들이 위생점검으로 자리를 비운 날. 삼삼오오 지각자들이 보였다. 나는 티 나지 않게 10분 정도로 늦었다. 사무실에 냉방이 시작되자, 부채를 부치던 직원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김대리는 자기 자리 위에 통풍구가 닫혀있다며 투덜거리며 나를 찾아왔다. 자리에서 먼지 쌓인 통풍구를 보니,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물티슈를 집어 들고 신발을 벗고 책상 위로 올라갔다. '어린이 날이니 뭐 이 정도는 해야 준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오른쪽 왼쪽 통풍구를 돌려보려고, 만지고 있는데 잘 안 되는 상황, 먼지가 떨어졌다. 이때 울리는 내 자리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음, '아 전화가 나를 살리는구나' 반가워 내려가려는 찰나,  김대리가 부리나케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화면에 보이는 세 글자 "김복동" 상무님이 웬일인가? "상무님이다." 나의 한마디에 주변 반경이 모두 얼음모드로 바뀌었다. 


일단 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 통화음이 3번 이상 떨어지면 본인이 먼저 끊어버리는 김복동 상무다. 그리고 "야 왜 전화 안 받아" 하기 십상이다. "네 상무님" 김복동 상무의 말이 쏟아졌다. "조팀장이 사무실 나보다 늦게 도착하니까, 내가 시킨 거 있어, 그거 내 자리에 올려놔, 바로 챙겨서 나가야 되니까" 나는 '이건 또 뭔 말이지' 싶었지만, "알겠습니다"가 바로 입으로 나왔다.'먼저 대답하고 그다음에 생각한다.' 성격 급한 김복동 상무에게는 맞추는 방법이었다. 그에게는 그래야만 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 그의 표현에 의하면 '덤(Dumb) 한 것', "나는 덤(Dumb)한 사람이 제일 싫어" 그가 매번 하는 말이었다. 그의 덤의 범주에는 말이 느린 것, 걸음이 느린 것, 밥을 느리게 먹는 것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들어오는 키 큰 최대리에게 통풍구를 열어보라고 시키고는 나는 바로 내려왔다. 주변의 긴급상황은 해제되고, 다른 팀원들은 자기 일로 돌아가고,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카톡을 열었다.


팀톡방에 할까, 아님 개인톡으로 할까를 망설이다 그래도 다른 팀원들은 어린이날을 즐겨라 싶어, 개인톡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조상봉 팀장과 개인톡은 '팀에 온 것을 환영해요' 이후에 처음이었다. 팀을 옮긴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첫인사가 다였다니, 다시 일대일 톡을 하기가 민망했다. 하지만, 눈앞에 어른거리는 김복동 상무. 사무실에 오자마자 찾을 걸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났다. 열심히 써서 올리니, 조삼봉 팀장의 톡이 바로 올라왔다. 자기 책상에 있는데, 보안점검 때문에 매일 잠그고 다녀서 열쇠 키를 자기가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숨이 나왔다. 근데 생각해보니, 마스터키를 총무팀이 가지고 있던 게 생각난 나. '나는 천재다.' 총무팀에 가서 마스터키를 받아 열겠다고 답톡을 날렸다. 그럼 두 번째 서랍 안에 있다고 조금 있다가 답톡이 왔다.


번개같이 가서 빌려온 마스터키, 나의 위기관리 능력을 감탄해본다. 그리고, 열어본 조삼봉 팀장의 두 번째 서랍을 열어보니


서울대 00그룹-AMP과정 캡스톤 계획서

작성자는 김복동, 장원삼


A4지 30매 분량의 리포트가 서랍 위에 놓여 있었다. 장원삼은 우리 회사의 경영지원실장. 김복동 상무와 조원삼 상무 둘이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 전일 2번 회사 지원으로 최고경영자과정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는 흘려 들었는데, 여기서 보게 될 줄이랴. 놀랐다. 훑어보니 도표와 그래프가 들어간 게 꽤나 공들인 리포트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매번 두 사람과 조팀장이 회의를 하긴 한 것 같았다. 보고서를 들고는 김복동 상무의 비서에게로 갔다. 보고서를 주며, 꽤나 임수를 잘 완수했다며 실없는 농담을 나누었다.


사람은 가끔 이상한 짓을 할 때가 있다. 그 날은 외근을 마치고 바로 퇴근한 금요일이었다. 소파에 드러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다가 '평범한 남자가 턱걸이를 30일 동안 매일매일 한다면? 이건 나도 할 수 있다!'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은 턱걸이를 잘 못하던 일반인이 매일 턱걸이를 하는 영상을 기록한 것이었는데, 그저 헬스장에서, 집 앞 놀이터에서, 매일 턱걸이를 하는 영상이었다. 대신 하루도 빼놓지 않고 30일을 하자, 처음에는 3개를 겨우 하다가, 끝에는 13개까지 하게 되는 영상이었다. 근데 그 전과 비교해보니 등근육과 팔근육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이런 미친 유튜브 알고리즘 같으니라고', 하지만, 그때 뭔가 섬광같이 떠오르는 생각, 나는 잘하고 있을까? 이대로 나는 잘살고 있는 걸까? 고민하던 나에게 그래 그럼 턱걸이를 해보자 싶었던 거다. 회사내 헬스장 턱걸이는, 항상 근육몬들이 넘치는 곳이어서 나는 근처에 가지 못했다. 매번 런닝만 하고 오는 운동 루틴, 언제 근육을 만들 수 있는걸까 싶었는데, 드디어 유튜브신의 계시가 내게 온 것이다. "이제 턱걸이를 하거라." 생각해보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우연히 주말에 헬스장 내 스트레칭존에서 혼자 춤 연습을 하는 직원을 본 적이 있었다. 마침 나는 회사 앞 10분 거리에 살고 있었으니, 더없이 알맞은 환경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밤 10시가 넘은 시간, 나는 회사 헬스장으로 가기로 했다. 금요일 밤 10시면, 아무도 없을 거니까, 혼자 연습하기는 제격이겠다. 그리고, 월요일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가느니, 이왕 간 김에 책상에 미리 두고, 월요일에 편하게 가자는 나름 기특한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 회사로 간 나.


나는 반바지에 모자를 눌러쓰고 노트북 가방을 둘러메고 회사로 걸어갔다. '오늘이 시작이다. 과거의 나를 버리는 거야, 내 작은 시작은 턱걸이지만, 그 끝은 더 클 것이다' 당찬 발걸음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 문득 조삼봉 팀장이 혹시 사무실에 남아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프로야근러에게는 금요일도 없는 법인데, 혹시나 사무실에서 만나면 어쩌지. 그냥 둘러대지 뭐' 회사에 다다르자 사무실 조명이 다 꺼져있는 게 보였다. '다행이구나.' 사원증을 보이게 걸어 메고 들어갔다. 게이트 옆 경비원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아 게시다 나를 보고 깍듯이 인사를 하셨다. '항상 밝게 인사하시는 분, 오늘도 수고가 많으시네.' 하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은 센서가 늦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뒤늦게 불이 켜졌다. 비상구 등 밖에 보이지 않아,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내 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큰 사무실에 나 혼자. 덩그러니 사무실을 보고 있으려니, 이건 아니다 싶어 노트북을 놓고 걸어 나왔다. 


왠지 그런 느낌이 있다.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느낌. 게이트를 다다르는 데, 조삼봉 팀장이 보였다. 경비원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조삼봉 팀장이 보였다.


"오늘도 밤새시는라 힘드실 텐데 여기 좀 드시라고 간식 좀 사 가지고 왔어요." 


나는 서둘러 게이트를 찍고, 조용히 뒷문으로 나왔다. 턱걸이를 하려면, 헬스장은 분명 앞문으로 나가야 하지만, 턱걸이 계획은 이미 변경되었다. 운동은 낮에 하는 걸로 말이다. 밤에는 사람은 잠을 자야 하니까. 나는 그저 월요일에 노트북을 안 가지고 된다는데 의의를 두었다, 집으로 투벅투벅 걸어오는 길. 큰 달이 참 밝았다. 

턱걸이 (출처-픽사 베이)

턱걸이는 2개에서 5개로 느는 건 금방이었지만, 10개에서 좀처럼 늘지 않았고, 13개가 되는 시간은 너무 오래 걸렸다. 사무실에 난방이 잘 안되다면 투덜거리는 김대리를 지나, 보고를 하러 들어간 김복동 상무의 사무실. 그는 또 통화를 한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고. 햇볕이 드는 그의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렸다. 책상 위에 놓인 서울대 마크가 새겨진 기념패와 장원삼 상무와 같이 웃고 있는 수료 사진이 보였다. 그해 2월 그룹은 윤리경영 선포식을 진행했다. 그에 걸맞은 인사정책이라는 홍보기사와 함께 김복동 상무와 장원상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그리고, 나의 팀장은 바뀌었다. 조삼봉 팀장은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조직도에서 찾아보니, 인사팀 밑에 국내 윤리경영 강화 TF였다. 조삼봉 팀장은 국내 윤리경영 강화 TF의 TF장이자 유일한 TF 원이었다. 날이 따뜻해지던 3월, 나는 그 회사를 그만두었다. 턱걸이는 더는 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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