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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May 06. 2020

내가 가고싶은 워너비 회사로 이직하는 비밀 아시나요?

왜 내게는 안알려줬을까? 공채만이 능사가 아닌것을.  

이직의 신

대학원에 만난 선배 A , 같은 랩실에서 공부했던 인연으로 졸업 후에도 그를 가끔 만났다. 내가 아는 한 그는 이직의 신이었다. 명함수집가는 놀림에 그저 자신을 쟈유로운 저니맨으로 불러달라던 그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S그룹에 재입사하면서 주변을 놀라게 하더니, 외국계 온라인 회사를 거쳐, 그리고 자신의 회사를 세운 뒤에도 엑시트에 성공하며, 만날때 마다 새로운 명함을 건네 주었다. 대학원 졸업 1년 후, 어느날 나는 선배A를 사당역 이자카야에서 만났는데, 경력공채 넣어볼까 싶다며 앞날이 고민이라는 내 얘기를 듣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에게 차갑게 얘기했다.


" 30대 중반이라면 경력 공채는 쳐다보지도 마라"

공채만 2번

사실 학부 졸업후 1번, 그리고 석사 졸업 후, 또 한번 도합 2번의 신입공채로 대기업에서 들어간 나에게는 입사경험은 공채가 2/3였고, 그 뒤 헤드헌터의 제안으로 3번째 회사에 입사했지만 연봉, 문화, 업무, 모든게 맞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이직을 염두해 두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가끔 나오는 경력공채에 지원하고 떨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선배A는 내게 떨어지는 이유를 찾지 말고, 내 방법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얘기했다.


"공채는 전쟁으로 치면 전면전이야, 나이가 들면 점점 경쟁력을 상실한다구, 스포츠 스타들을 봐봐. 아무리 스타선수여도 나이가 많아지면 팀에서 방출되는 건 어쩔 수 없지, 회사원도 마찬가지야."


선배 A의 말은 사실이었다. 당시 나는 이틀전 N사 경력공채에서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아주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지원자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는 면접관의 언급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20대라면 신입공채를 당연히 노려야지, 하지만, 30대는 달라. 무조건 공채는 피해야된다. 헤드헌팅 또는 수시용으들어가야돼." 선배 A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가장 쉽다'라니. 신뢰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의 나를 보며 답답한 듯 선배가 얘기했다.


"나 경력공채로 한번도 옮긴 적 없는 거 알잖아. 내가 S그룹에 재입사하고, 1년 뒤 외국계 F사로 옮겼지. 경력공채로 지원했으면 붙었을까? 아니었을꺼야."

공허한 직장인 스터디 모임

선배는 또 이직을 염두해두고 참여하고 있는 나의 주말 스터디 모임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실제로 같이 일해보지 않으면, 이직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에너지 낭비하지마."


선배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처럼, 스터디모임은 모임일 뿐이라고 얘기했다. 사실 그렇기는 했다. 주말에 힘든 몸을 이끌고 나간 직장인 모임은 처음에는 지식이나 스킬 향상을 기대했지만, 서서히 그들만의 사적인 모임으로 변해서 나같은 신입 멤버들은 쉽게 녹아들기가 쉽지 않았다. 네트워크를 쌓으려는 목적도 그저 아는 사람이 늘어났을 뿐, 내 업무에 도움을 받는 비즈니스 파트너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스터디 모임의 수준에 대해서도 실망했는데, 실제로 바로 쓸 수 있는 업무를 배운다기 보다는 인터넷 검색을 하면 알 수 있는 겉핥기 수준으로  이야기들 뿐이라, 이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임이되었다.



중요한 건 어디(Where)가 아니라 어떻게(How-to)

주중, 주말 나름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했지만, 그럼 도대체 이직하는 방법은 누구에게 배우는 것인가? 서점에책을 찾아봐도 반은 뜬구름이고, 반은 자기 자랑들 뿐이었다. 막연한건 매한가지였다.  


"진짜 신기한건 이거야, 다들 누군가 이직한다고 하면 어느 회사로 가는지만 궁금해하고, 근데 어떻게 갈 수 있었는지는 안궁금해하거든. 진짜 중요한 건 그건데. 어떻게(How to)인데 말이야."


선배 A는 갑자기 진지하게 내게 이야기했다. 뜨끔한 이야기였다. 나 역시 그랬다. 주변에서 누군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어디로, 어느 회사로 가는지 제일 궁금했다. 그리고, 지금 회사보다 네임벨류가 높은 혹은 핫한 회사로 옮긴다고 하면 내심 질투가 났고, 부러워했다.


"일단 이직하고 싶은건지, 전직하고 싶은건지를 정해" 선배가 말했다. 갑자기 나는 멍해졌다. 이직과 전직, 그 두차이는 뭐란 말인가, 선배는 대답을 바로 못하는 나를 두고 한번더 고개를 절래절해 흔들었다. 맥주를 한모금 더 마신뒤, "전직은 니 일을 바꾸는 거고, 이직은 니 일을 계속 가져간다는 뜻이지"


"저는 이직을 하고 싶어요", 당시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일을 하고 있던 나는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건 내 일이었다. 신규사업을 인큐베이션 해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그나나 내 재량이 들어갈 수 있는 일은 계속 하고 싶었다.


이직의 5가지 순서

선배선배 자신이 이직을 하는 동안 체득한 이직의 5가지 순서 이야기했다.


1. 나의 워너비(Wanna-Be) 회사 정하기

이게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지만, 잘 생각하지 않는 첫 단계이다. 가고 싶은 회사들을 정하지 않으면 이직은 성공할 수 없다. 이직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중장적인  레이스와 같은 것. 그 레이스를 뛰려면,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확실한 목표 회사 리스트가 있어야 한다. 정말 가고 싶은, 나의 꿈이 되는 회사를 선택하는게 가장 첫걸음이다. 이름만 들어도 흥분되는, 그 회사의 명함을 받으면 행복할 것 같은 그런 회사들을 찾아야 한다. 현재의 상황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헤드헌터가 추천해주는 회사를 무작정 지원했다가는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2. 나는 그들에게 뭘 줄 수 있나? 나와 연결고리 찾기

워너비 회사를 정했으면, 이제 나의 포지션, 또는 우리회사와 또는 비즈니스의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파악한다. 우리 회사와 협력하는 사업관계가 있면 훨씬 속도를 내기 쉽지만, 만약 연결고리가 전혀없다해도, 실망하지 말고, 만들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한다. 예를 들면, 나의 워너비가 외국계 온라인 회사라면, 내가 기획하는 신상품 런칭, 시즈널 프로모션을 그 회사의 서비스 사업과 연결 시킬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게 있어야 매력적인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게 중요하다.


3. 제휴를 제안해라.

워너비 회사에 담당자로 제안을 한다. 회사 홈페이지에 대표 전화번호로 또는 회사에서 수소문을 해보면, 그 회사의 담당자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담당자의 컨택포인트를 받아, 전화 또는 이메일로 정중히 기획안 또는 제휴안을 보내본다. 선배는 제안을 했을때, 운좋게도 바로 통과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안그래도 저희도 같이 뭔가할 생각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 회사에서도 마친 뭔가 새로운 제휴가 필요했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제안이 거절되거나, 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직은 중장기레스인 것이다. 워너비 직장에 입사하는 길은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더 워너비 직장인 것이다. 강남 전경을 바라보는 높은 빌딩에서 글로벌 최고 인력들과 일한다는 것, 그게 쉽다면 누가 워너비 직장이라고 하겠는가?


선배는 거절 메일이 오면, 오히려 그게 하나의 컨택포인트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 메일을 저장해두었다가, 다음 기획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제는 대표메일이 아닌, 담당자의 메일로 바로 직접 제안을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제안이 왜 거절되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4. 성과를 만드는 파트너가 되자. 일 잘하는 건 기본이다.

10번 제안을 하면, 그중 1-2번은 제휴제안이 이루어지고, 미팅이 이루어진다. 당신은 이제 워너비회사의 파트너사, 그리고 담당자가 된 것이다. 성공적인 파트너가 되기 위해, 제휴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이제 숨겨두었던 너의 열정을 보여할 때다. 성과가 긷들면, 워너비회사의 담당자도 너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뀔 것이다. 신규 파트너회사인데, 담당자도 성실하고, 열정이 넘친다면 너를 좋게 바라볼 수 있다. 제휴가 끝나거나,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면, 비즈니스와 사적인 모임의 중간인, 점심이나 저녁을 제안할 수 도 있다. 회사대 회사로 만나는 모임에서 사적인 모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워너비 회사의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과 소프트한 매너로 상대편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때로는 사적인 모임을 통해 친한 친구를 만들 수도 있다.      


5. 은근지만, 적극적으로 이직 의사를 밝힌다.

워너비 회사의 명함을 꽤 받아들고,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하다 보면, 이제 사내 동향에 대해 어느정도 업데이트가 될 것이다. 결원이 생기던지, 추가인원 보강이 될 예정이라던지, 신규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라던지, 그때가 준비했던 이력서를 보낼때다. 노골적이지 않게 그 자리에 나를 추천하는 것이다. 담당자가 호의적이라면 이직은 진행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담당자에게 내가 어떤 부분을 보강하면 그 포지션에 지원 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1-2번의 채용 포시션이 나와 핏이 맞지 않더락도 좌절하지 말고, 기다리면서 준비하면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거짓말 같은 이직성공

선배 A는 목이 마른지, 남은 맥주를 비우며, 내게 얘기했다.

"지금 회사가 아무리 싫더라도, 레퍼런스 체크를 위해 관리를 잘해둬라"

이직의 마무리 단계는 결국 레퍼런스 체크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한번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선배 A를 만난지 1년도 채 안된 어느날 겨울, 나는 거짓말 같이 이직을 했다. 훨씬 나은 회사에, 훨씬 높은 연봉으로 말이다. 입사경쟁이 치열했냐고? 입사하고 보니, 나는 인터뷰를 본 3명 중 1명이었다. 제휴 마케팅을 한 그 회사의 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자기 회사에 결원이 생겼는데 혹시 관심이 있냐고 말이다. 팀장 면접 후, 팀장과 지인, 나 이렇게 3명이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이미 회사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들은 뒤  임원면접를 다. 사실 첫 연봉 제안이 왔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부득이 거절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팀장과 부장이 인사팀을 설득해 조건을 좀더 더 좋게 바꿨다는 것이었다. 공채채용, 아니면 헤드헌팅, 이것만이 입사의 다인 줄만 알았는데, 합격 메일을 받고 기분이 이상했다. 게임을 하다 치트키를 쓴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근데 선배가 아니었다면 나만 이 치트키를 모르고 살았던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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