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쩌다 하게된 팀장승진, 그저 잘해보고 싶었다.
처음 팀장이 되었다.
해외파견 뒤, 첫 본사복귀는 팀장 겸직 발령이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식이 아닌 겸직팀장, 팀원과 구분되는 것은 스탠팅 책상과 주차증뿐이었다. 정식이 아닌 임시팀장, 경력채용 중인 팀장이 채용되기 전까지의 임시직이었다. 상무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플레잉코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니가 일하면서 제일 좋아했던 팀장을 따라서해
나의 푸념을 듣던 선배가 말하자마자 눈앞에 길이 보였다. 맞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팀장 K, 같이 일하기만 해도, 내가 발전하는 것 같았던 그 K와 같이했던 팀처럼 만들어보자.
1. 유머
단톡방에 유머를 공유하고, 회의실에서 다트를 하는 팀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한날, 팀카톡방에 초대를 받고 인사를 하는 것부터가 첫 업무시작이었다. 모두 외근, 프로젝트로 자리를 비웠다. 어떻게 첫 인사를 할까하다, 팀방에 강아지 움짤을 올렸다. 아침부터 빵터진 팀원들이 키득키득했다. 시작이 좋았다. 온라인에서 다트게임을 사서, 팀회의실에 설치했다. 매주 수요일은 팀점심, 점심을 먹고 와서,파트별로 다트게임을 했다. 이기는 파트에 법인카드를 주었다. 난 쓸일도 없으니 회의비를 그렇게 썼다. 다트기에 고무된 나는 집에 묵혀둔 엑스박스를 가져왔다. 회의실에서 그렇게 팀원들과 위닝을 했다. 팀평가에 누군가 매달 팀회의비를 어떻게 쓰는지 몰랐는데, 이렇게 쓰는게 좋았다고 썼다.
2. 소통
회의는 계급장을 떼고 격렬하게 한다.
그렇다고 사무실의 일상은 늘 즐겁지 않았다. 일은 타이트했고, 목표는 높았다. 늘 바쁘게 일했다. 나는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했다. 때로는 일에 긴장도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그 방식이 일방적이지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 토론하고,격론이 오가기를 바랬다. 때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팀장, 팀원 구분이 안가게 속칭 계급장을 떼고 얘기하자고 했다. 하지만, 일은 일일뿐, 감정은 없었다. 발언하지 않은 팀원들에게는 따로 얘기를 했다.
내 말이 맞다고 무조건 예예만 하지마, 그럼 난 당신을 못믿거나 필요없다고 생각할꺼야. 알았지?
그렇게 직설적으로 얘기했다. 자기 주관을 가지고,의견을 당당히 주장할 것, 그것이 회의에 내가 기여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설득력은 그렇게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 다음부터 소극적인 팀원들이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3. 디테일
업무는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일을 할때는 늘 질문에 집중했다. 질문을 관점으로 전환하기. 거꾸로 생각해봐, 바꿔서 생각해봐. 내가 자주 사용하는 질문이었다. 자주 현상과 문제를 뭉뚱그려 생각하는 팀원들을 지적했다. 예를 들면, 누가 "지금 트래픽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면, 그건 현상이지 문제가 아니다라고, 문제는 트래픽 하락을 통해 발생하는 참여도 하락, 이를 통한 나타나는 수익성 하락 또는 매출 하락이라는 것을, 항상 현상과 문제를 구분하고, 문제의 원인을 해결해보자고 주문했다.
항상 문제를 프레임으로 접근해야돼. 실적부진이 문제라면, 우리 제품, 경쟁 제품, 대체 제품, 이렇게 관점을 좁혀서 접근해보자.
가설없이 무작정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레임을 통해서 문제를 보고자 했다. 그냥 다 들여다보자고 하면, 소모적인 야근을 부른다고 얘기했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고민했지만, 그 고민에 정작 나는 내내 고민을 놓지못했다.
4. 영감
리더는 영감을 받고, 영감을 준다.
나 조치도 회사 안에서 매몰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같이 자극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고민했다. 유료 컨퍼런스, 기업 초청행사부터 힙한 이벤트까지, 남들이 일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고, 리프레쉬도 될 수 있는 행사를 찾아, 같이 가거나 소수라도 팀원들을 보냈다. 초대받지 못한 행사는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페북 메세지를 보내서 관심을 표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솔직히 팀원들에게 얘기했다.
평생 여기서 일할 생각하지마. 더 좋은 조건이라면 언제라도 옮겨.
그래서일까, 팀원들은 커리어를 발전시키려는 욕심이 분명히 내게 이야기 했고, 자신의 배움에도 적극적이었다. 물론, 나 역시도 나가 말한대로 더욱더 그런 생각을 많이하게 되었다.
5.위임
위임과 방임, 그 절묘한 중간찾기
팀장이 되고, 정시에 퇴근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이를 지켰다. 물론 상무님의 재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업무는 끝나지 읺았지만. 이메일로 보내두면 피드백을 보냈다. 업무의 위임은 중요했다. 위임할때는 항상 내가 생각하는 아웃풋의 그림은 이렇다고 얘기했다. 그 안의 디테일은 담당자에게 맡겼다. 때론 업무의 수준과 양이 팀원의 능력에 비해 높은 업무를 주기도 했는데, 그때는 직원을 불러 이제 높은 수준의 업무를 할때가 됐다고 설명해주었다.
제가 본 업무에 대한 책임을 지겠지만, 우리팀의 담당자는 J입니다. 이슈사항이 있으면 J에게 먼저 말씀 부탁드려요.
팀 외적으로도 업무재량을 공표했다. 담당자가 더 책임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통화를 하거나 참조 메일로 보내서, 담당자가 좀더 동기부여를 가지게 했다.
1. 유머가 있는 리더
2. 소통력을 가진 리더
3. 디테일을 중시하는 리더
4. 영감을 주는 리더
5. 위임을 하는 리더
나의 리더의 이상형, 큰 바위 얼굴인 K를 떠올리며, 6개월간의 겸임팀장 역할을 그렇게 마쳤다. 6개월만에 채용된 신임팀장에게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는 그렇게 홀가분 할 수 없었다. 물론 한편으로는 아쉬웠지만 말이다.
나는 아직도 K를 뛰어넘는 상사를 만난적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나처럼 가끔 그 팀장과 일했던 때가 그립다는 얘기가 나오는 사람이었기를 바래본다. 아주 조금 말이다.
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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