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가 목공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집에서도 나무 작업을 할 방법 찾았던 것 같다. 베란다는 작은데 가구를 만들기엔 목재도 너무 컸다. 톱질을 하기에도 톱밥가루가 너무 날려서 집안에서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미니 작업대도 갖추어 두었는데 너무 아쉬웠던 찰나 로다가 찾은 방법은 '우드카빙'이었다.
최근에는 직업 찾기 만큼이나 취미 찾기가 트렌드다. 워라밸 문화도 서서히 받아들여지면서 취미가 제2의 직업이라 보기도 한다. 추세에 맞춰 우드카빙도 새삼 각광을 받고 있었다. 로다는 카빙 세트나 교육없이 일단 남는목재로 카빙을 해보기로 했다. 우드카빙으로 만드는 것은 주로 숟가락과 버터나이프. 로다는 첫 카빙 작품으로 버터나이프를 만들었고 꽤 소질이 있었다.
두번째, 숟가락
바이스에 고정시켜 카빙하는 모습
작업대에 이어 '바이스'라는 공구를 구입했다. 바이스는 작업할 개체를 나사로 조정하여 고정시키는 공구이다. 집에서는 탁상용 미니 바이스로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다. 어디서 배우지도 않았는데 곧잘 하는 로다가 신기보였다. 한 곳에 집중하면 숨도 안쉬고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걱정은 되는데 수공구를 손에 익히기에 좋을 것 같아서 쉬면서 하라고 잔소리 하지는 않았다. (않았던 것 같다..)
카빙도 처음에는 소프트우드로 손쉽게 익힌 후에 하드우드로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이름만큼이나 꽤 딱딱한 목재라 한 번 파내려할 때 힘이 몇 배는 더 들고 파임이 크지 않아 수 십번을 더 파내야 한다. 단점은 힘조절이 어렵다는 것이다. 잘 깎이지 않아서 힘을 세게 줘버리면 위에 처럼 구멍이 나버린다. 카빙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계속 다듬지 않아야 한드는 점이다.숟가락 깊이와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절하기 위해 파내다보면 어느새 숟가락 기능을 못하는 조각상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
원데이 클래스, 우드카빙 (공방: 어제의 나무)
우드카빙 작업중인 로다 손과 저 너머로 내 손 ㅋㅋ
혼자 힘으로 카빙하던 로다는 전문가들의 스킬이 궁금해졌다. 어떤 손모양으로 어떻게 긁어내야 하는지 배우고 싶어졌다. '어제의나무'라는 목공방에서 우드카빙 원데이를 신청했다. (이 공방을 운영하는 '남머루' 목수는 얼마전 카빙에 관련한 서적을 출간했다.) 다섯 명의 수강생이 있었고 소프트우드와 하드우드 중 선택하여 카빙할 수 있다고 하여 로다는 역시 하드우드를 택했다. 다른 수강생들은 모두 소프트우드로 작업을 했는데 확실히 로다의 작업 속도가 많이 늦었다. 로다가 꼼꼼히 작업하고 있기도 했다.
옆에서 로다 작업을 지켜본 나는 로다가 숟가락 손잡이 윗부분(입 안으로 들어가는 둥근 부분과 연결되어 있는 목 부분)을 집착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로다는 손잡이 부분을 긁어내다가도 윗 부분을 깎아내고 숟가락 부분을 잘라내고 있다가도 다시 내려와 같은 부분을 깎아냈다. 얼굴과 몸체는 두툼한데 목만 가늘어지는 형상이었다. 왜 그렇게 목에 집착하느냐 물었더니 잘 모르겠단다. (로다가 예전에 작업한 카빙 작품을 보니 하나같이 목 부분이 급 얇아진 것을 확인하고 둘이 엄청 웃었다.) 한번더 카빙 해줘요. 또 그렇게 하는지 보고싶어.
남머루 목수님이 강조하신 인생철학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은 너무 쉽게 생산되고 소비된다. 그만큼 쓰레기가 많아지고 쓰레기들은 다시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살림도구들은 적어도 우리가 만들어 오래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쉽지 않은 삶이겠으나 취미삼아 하나 둘 만들다보면 우드카빙에도 묘한 수집욕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