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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성훈 Jan 15. 2018

첫 걸음을 망설이고 있다면, 공간 <알음알음>

일단 저지르고 보는 용기를 찾아서


궁금했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사는 게 정말 가능한지. 모아놓은 돈은 없는데, 내 공간은 만들고는 싶고, 당장 회사를 그만두기엔 겁나고. 그래서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묻기로 했다.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는지. 난 좋아하는 걸 오래오래 하고싶은데 임대료는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지. 정말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그 힘든 걸 다 버텨낼 수 있는지.


그런데 사례수집과 자료조사를 하면서, 지속가능성이든 뭐든 우선 시작하고 난 다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이고만 있으면,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망설이는 진짜 이유는 높은 임대료가 아니라 부족한 용기라는 사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 용기는 누가 줄 수 있는 것도, 전문성이 있다고 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그 용기는 어떻게 해야 생길까 고민하던 차에 <알음알음>을 방문했다. 내 또래로 보이는 남매는 하고싶은 걸 안하면 미친다는 사람과(...) 매번 생각만 하다가 흐지부지 되는 게 싫어서 저질러버린 사람이었다.


지속가능한 덕업일치를 찾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는, 겨우 2번째 인터뷰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일단 뛰어든 사람의 이야기로.  



흐릿해도 흥미롭게


남매는 사전인터뷰에서 "알음알음의 79번째 리뉴얼을 마쳤다”고 했다. 농담삼아 한 말이지만 예사롭게 들리지 않왔다. 브런치에 작성한 내 프로필도 '자아정체성 업데이트 중'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10년 간 갈고닦은 실력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게 아니라, 1)조그맣고 어설퍼도 하나를 완성하고 2)누군가에게 보여주고 3)다시 개선하는 방식이 더 낫다.


<알음알음> 은 제주도에 자신들의 공간을 오픈하기 전, 하고싶은 것들을 일단 저질러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고싶은 것들은 조금씩 바뀌고 추가되고, 흐지부지 되기도 했다. 이 공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인터뷰하기도 쉽지 않았다. 사전인터뷰를 진행한 게 무색할만큼 뭔가 딱 떨어지지 않았고, 손에 잡히지 않았고, 선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1.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나도 좋아하는 게 있긴 한데, 이걸로 돈을 받아본 적도 있긴 한데, 그걸 꾸준히 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아서. 당신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용기를 낼 수 있었나요.


알음알음 홈페이지 메인사진


G밸리와의 인터뷰에서 “하고싶은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걸 발견했을 때 그걸 알아채려면 ‘좋아함에 대한 기준'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얼만큼 좋아해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고, 그 분야에 뛰어들 용기가 생길까요?


막내) 우선 해당 인터뷰의 경우 정말 초기에 이뤄진 거라 현재 공간의 모습이나 운영 방침(?)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요. 물론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것’을 탐구 (또는 탐닉) 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철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함’이라는 가치를 중시 하고, 또 좋아하는 이유는 그것이 ‘잘함’과는 다르게 기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누가 누굴 좋아 하더라도 (그 마음의 크기가 어떻든) 그 감정 자체에 대한 주도권은 오롯이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요.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정도가 아니라 용기인 것 같아요.

 실은 크게 용기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무턱대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공간'으로 출발했고, 제 경우엔 매번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제 모습에 대한 반성과 반발심에서 비롯된 프로젝트였습니다 ㅎㅎ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제 모습에 대한 반성과
반발심에서 비롯된 프로젝트였습니다 ㅎㅎ


둘째) 좋아한다는 기준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좋다-는건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순간적인 기분일 수도 있고 변덕스러운 그런 거요. 어제 좋았던게 오늘은 별 감흥이 없을 수 있듯이 어제 좋았던 것을 어제했었을 뿐인거같아요. 그래서 다들 고민하잖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모르겠어. 라고요.

저도 몰라요, 그냥 그 때 그 때 바뀌고 그 때 그 때 했을 뿐이라서.. 굳이뛰어들 용기-라는 거창한 말보다 앞뒤 생각을 안 했을 뿐이고 하고 싶다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밀어붙인거같아요. 물론 ‘잘’해야한다는 강박으로 버티기도하고요. 쉽게 시작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어렵게 완성하는 편이에요.


쉽게 시작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어렵게 완성하는 편이에요



제안서를 내거나, 프로젝트 활동을 하신다고 했는데, 결과물은 어떤 형태로 나오나요?

둘째) 비디오로도 나오고, 음악으로도 나오고, 디자인 작업도 해요.

막내) 되게 산발적으로 해요, 누나는. 외주를 프로젝트 형태로 형식은 나중에 만들어지는 것 같애요, 오히려. 요즘 하는 건 인디밴드 기획하고 브랜딩해주는 일을 하기도 하구요.


자기소개에 꼭 들어가야 되는 부분이 있나요?

둘째) ...저는 ... 충동적인 사람입니다?

말을 할 때도 앞뒤생각 없이 말하고, 행동도 충동적으로 하고.. 그렇게 다 충동적인 사람같애요.

그래서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냥 필터링 안 되고 이야기했구나 (생각하시면 되구요).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딱히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없는? 


"내면성숙"이 화두라고 했는데, 그 동안 어떤 부분이 변화했나요?

둘째) 안정이 필요하다.

연애가 중요하다. 

사람을 알면 알수록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연애인 거잖아요. 저한테 영향이 와서...이왕 할거면 제대로 해야겠다. 

그리고.. 고양이를 키워야 한다. (음?) 고양이를 키우면서 제 애를 키우는 느낌이예요. 정말 제 자식같더라구요. 


의도적으로 나를 성숙시키려고 하는 건가요?

둘째) 음... 그런 생각은 아니고,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하나씩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앞뒤생각하지 않고 뛰어든다. 쉽게 시작해서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사람들 만나가면서 케이스 스터디를 하고 있지는 않았겠지. 매번 부딪혀가면서 배우는 방식은 멋지지만 아무래도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매번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않았던 사람이 더 내 모습과 가까울 것 같다. 막내분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이 사람을 만든 건 뭘까. 습관(시스템)이나, 멘토(동경), 친구(환경)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어떤 습관이 있는지 궁금해요. 의식적으로 만들어 낸 거나. 매일 일기를 쓴다거나, 산책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다거나.

막내) 음.. 생각지 못한 질문이데.. 요즘은 거의 맨날 일기를 쓰고 있고, 플래너를 많이 써요. 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루틴한 일이 많이 없어서 기록을 해야 해요. #알음알음도 항상 쳐보고...


새로운 접근, 신선한 생각을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고분고분한 학생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어른, 또는 어른처럼 느껴진 사람이 있었나요?

막내) 그렇게 크게 영향을 받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고3내 때 선생님이 되게 좋은 사람이긴 했어요. 열려있는 분이라 제 의견을 많이 수용해주셨어요. 근데 주변의 영향을 받고싶기 보다는 제가 주고싶은 마음이 되게 크고, 멘토도 딱히 없었던 것 같고요.


그럼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나요?

막내) 네. 한별단(누리단, 아람단의 고등학교 버전)에서 활동을 했고, 그걸로 반복되는 것들을 피했던 것 같아요. 이런저런 활동이나 놀러가는 것도 많이 했고ㅎㅎ  


친구를 사귈 때 어떤 타입인가요? 성향에 따라 '넓고얕게'와 '좁고깊게'로 갈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막내)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선이라고 생각해요.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사람 깊게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는데,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사람의 선이 훨씬 멀죠. 그렇다고 해서 제 사람이다 이렇게 막 나누지는 않구요. 그 선이 뚜렷하지 않으면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거고.



아무래도 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 터닝포인트나 멘토에 관한 이야기로 이 사람의 전부를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큰 변곡점을 찾아 툭툭 끊어낸 다음 더 잘게 들여다보는 방식이 이 사람에겐 통용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대화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을 주워가며 입체적인 면을 상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막내) 저는 딱히.. 있진 않은 것 같아요. 탑맨 옷을 많이 사긴 하는데 빈티지/앤틱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책은요?

막내) 하... 난 왜 이런것도 생각 안해왔을까 ㅋㅋ 


좋아하는 책이 궁금했던 건 모노클을 보고 깜작 놀라서예요. 저한테 모노클의 이미지는 '50대 부자 아저씨가 보는 잡지' 라는 인상이 있는데, 모노클의 어떤 점을 좋아하시나요?

막내) 잡지 중에 글이 많은 게 별로 없는 것 같고, 모노클은 특히 섹션이 잘 나눠져 있어요. business/ design/ affairs 로 세계 정세나 이슈에 관한 인사이트가 잘 나와있어서 좋아요. 50대를 위한 잡지만은 아닌 것 같아요. 패션도 감각적이구요. 처음엔 영감을 얻으려고 보기 시작했어요.



더 모르겠다.

일단 준비한 질문 계속해보자...



어릴 때 “우리 집만 이런 거였어?” 하는 충격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아요. 저희집은 게임을 하든, 만화를 보든, 집중하고 있으면 밥먹으라고 부르지도 않았거든요. 다른 집도 다 그런줄 알았어요. 혹시 그런 경험이 있을까요

둘째) 저희 집은 서로 터치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막내) 저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아요.

둘째) 그런데 우리집이 되게 가족적이래.

막내) 근데 그게 유지될 수 있는 게 서로 터치를 안 하기 때문인 것 같아. 저희 2명은 원래 성격이 그래요. 각자 스페이스가 있고(그걸 존중해주는).


사실 이걸 여쭤보려고 했어요. 홈페이지에도 본인 이름 대신에 둘째, 막내로 소개가 되어있잖아요. 저에게 소개하실 때도 그랬구요. 가족 내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그랬던 건가요? 

막내) 어... (멈칫) 가족이 하니까 그렇게 지은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 톤앤매너였던 것 같아요.

둘째) 저희는 위아래라기 보다는 다 동등한 편인데, 그냥 그 관계에서 먼저 태어난 사람과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있는 거죠. 


저도 막내인데, 밖에서는 그 얘기를 먼저 하지는 않거든요. 막내에 대한 편견이나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 틀에 갇히기 싫어서요. 혹시 그런 것들이 신경쓰이지는 않으신가요?  

둘째) 굳이 신경을 안 써요. 신경을 안 쓰니까 그런 워딩을 쓰는 것 같애요.


각자 수익은 알음알음 외부활동에서 충당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시나요?

둘째) 저도 궁금하네요. 재식아 너 수익 어떻게 얻냐?

막내) 저는 과외도 하고, 에어비앤비도 하고.. 또 뭐하지? 그런 것들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저는... 너무 광범위해서.. 기획이랑 비주얼라이징은 왠만하면 다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엔 모 카페에서 원두랑 드립백 브랜드를 만들고 있어서 이미지 작업을 진행했고, 친구가 음반을 만들어서 음반기획 일을 했어요. 


이런 일들은 전공을 했다거나,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혹시 따로 배우신 건가요?

둘째)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서.. 전공은 산업디자인인데 지금 하는 일과는 관련이 없어요. 학교도 빠진 적이 많아서, 배웠다고 하기엔 애매한 것 같아요. 


그럼 학생 때는 어떤 일을 했나요?

둘째) 공연기획이랑 축제기획 했었고, MD, 독립출판, 웹작업도 했어요.


되게 다양해서 하나로 모으기 어렵네요.

둘째) 저는 이제 모았어요. 이번 사업으로 모을 계획이예요. 40살까지 하고싶은 계획이 있는데, 


어떤 분야인지 알 수 있을까요?

둘째) 계획 단계라 자세히 공개하긴 쑥스러워요. (조금만 말씀드리자면) 음악을 소재로, 제가 하고싶은 걸 다 넣은 일이에요.



자아를 만들어가는 시기에는 보통 효율적인 길을 안내하는 어른이 개입한다. 또, 같은 가정에서 자란 또래는 경험을 많이 공유할수록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어른의 개입과 남매의 부대낌이 적은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건, 개성이 뭉툭해지는 가장 큰 요인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아형성은 결국 셀프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가는, 딱 그만큼만 전진한다. 이 두 남매는 자신이 좋아하는 걸 이리저리 굴려보고, 분해하고, 만지작거리면서 놀았다.




2. 어떤 공간인가요, 그래서 당신은 누구인가요

- 변화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이 공간에 온 사람들의 어떤 점이 변한다는 걸까. 그리고 스스로는 어떤 점이 변했을까. 결국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를 물어보는 질문들이었다.



자신을 찾아나가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일 것 같아요. 실제로 손님들의 변화를 지켜본 적도 있나요?

막내) 그 사이에 삶의 방향이 다양하게 가고 있는 걸 보고 있어요. 애초에 그런 분들이 와요. 본인 카페 오픈한 분도 계시고, 공방 차린 분도 계시고. 자영업자나 퇴사를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이직 고려하는 분들이 가장 많이 오셔요.

둘째)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떠나버려요..  (아련)


운영하면서 스스로 변화하고 있는 부분도 있나요? 

둘째) 원래는 공간이 목표였어요. 어렸을 땐, "카페를 만들어야지. 술집을 차려야지. 이런 게 막연한 꿈이었는데, 막상 하고나니까 공간은 그냥 공간일뿐이더라구요. 친구들은 나는 꼭 카페를 차릴거야. 아는 분은 제주도 시세 얼마냐? 라며 묻기도 하는데요. 생각보다 공간을 운영하는 게 그런 느낌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슨 일을 할거야? 라는 질문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알음알음 하면서 느낀 게 그거 같아요. 


막내) 저도 비슷하긴 한데, 책임감?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원래 저희가 열고 싶을 때 열고 그랬거든요. 다른 일 있으면 열지 않고. 정기적으로 연지가 얼마 안 됐어요. 손님이 이를테면 저희가 조금 늦었을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를듣거나,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여기에 더 애착을 가지고 있을 때? 더 책임감이 생겨요.

사실 여기를 시작할 때는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는저희 위주로 생각을 했거든요.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여기는 제주도에 오픈하기 전에 거쳐가는 공간 정도였는데. 계속하실 게획이 있으신건가요?

막내) 그분들 때문에. 


왜 하필 제주도인가요? 새로운 걸 좋아하는 분들인데 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을 골랐는지.

둘째) 엄마한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주도로 이주해온 사람들은 어느정도 공통점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제일 컸어요.

막내) 무엇보다 어머니가 행복해졌어요. 

둘째) 좋은 집에서 살았어요. 엄청 부잣집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엄마는 계속 식당일을 하시는 거예요. 되게 아이러니하잖아요. 


언뜻 이해가 안되네요.

둘째) 어쨌든 집은 자산이지 현금이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집만 팔아버리면 되는 거잖아요? 좀 더 삶답게 살아보자. 엄마가 그런 세계 말고 다른 세계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결국 엄마의 행복이 제일 중요했던 거네요.

둘째) 엄마를 생각한 건 맞는데, 그 이후에는 저희 맘대로 했어요ㅋㅋ 


알음알음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어떤 공간인가요?

둘째) 술집. 되게 간단해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손님이 오느냐에 따라 바뀌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둘째) 저희도 그게 신기해요.


인테리어에 특별히 신경쓴 부분이 있나요? 공간을 보니까 벽지 색감에 특별히 신경을 쓰신 것 같아요.

둘째) 색깔에 신경을 진짜 많이 썼어요. 아저씨한테 혼나면서 만들었는데, 이 색 조금만 더 넣어주세요. 블랙 1%만 더 넣어주세요, 화이트 1%만 더 넣어주세요. 이렇게 해가면서 만들었어요.  



2년 남짓한 기간동안 공간을 운영하며 책임감을 가졌고, 문턱을 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발견했다.

분명 성장이라고 할만한 변화지만, 내가 주목한 부분은 다른데 있었다.


일단 시작해야 그 다음을 볼 수 있다.




3. 무슨 돈으로 시작했어요?

-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나도 이런 걸 해볼 수 있나. 생각만 하면서 망설이는 사람(=나)에게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걸 돌파하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누가', '어떻게 시작했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대체 무슨 돈으로 시작했는지.



공간사업이라는 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잖아요. 여긴 지하철역에서도 가깝구요. 이 모든 게 금수저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금마련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은행대출, 정부지원, 부모님 찬스.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둘째) 보증금은 학비를 빼서 마련했구요, 나머지는 둘이 돈이 있을 때마다 추가하고 그게 다예요. 저희가 돈이 많이 든 인테리어가 아니거든요. 둘째달에 160만을 썼던 것 같은데? 이 정도로 많이 쓴 건 1년에 1번 정도예요. 저희가 리폼하기도 하고, 동대문에서 사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도 상관이 없어서.. 그냥 만드시면 되는데? ;-) 


이 공간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막내) 일단 저 문이 너무 좋아서. 서울 한복판에 저런 문이 많지가 않잖아요. 다락방이 있는 것도 계약하는 날 알았어요. 조건이 몇가지 있긴 했어요. 통유리로 된 외관에, 1층이어야 하고. 근데 저 문이 제일 컸어요. 



사전인터뷰에서 얘기한 게, 앞으로는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 좀 더 수익성에 신경쓸 거라고 하셨잖아요.

막내) 아까 말했던 책임감과 맞물려가는 부분인데, 재정적인 걸 해결 못하면 닫아야 하잖아요. 사실. 이걸로 수익을 벌겠다는 것보다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괜찮다는 생각이예요. 이게 아무래도 지속가능하려면 수익이 계속 생겨야 할 것 같아요. 좋은 맥주를 가져오려면, 난방기기를 들여오면 결국 추가지출이 생겨버리니까요. 


그럼 수익 차원이라기보다 공간에 투자하기 위한 운영비인거네요?

막내) 물론 수익이 생기면 좋겠죠. 나중에 그렇게되면 좋겠지만, 우선순위는 아닌 것 같아요. 


제주 알음알음도 수익을 내지 않고 운영할 계획인가요?

같이) 아뇨!! 거긴 투자를 많이 해서 수익을 내야 해요. 

(인터뷰 중 가장 크고 빠른 답변을 들었다..)



또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겁내는 걸 생각하면 비용문제는 그리 엄청난 괴물이 아니었다. 돈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문제라는 걸 자꾸 확인한다. 적어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소양은 무모함, 기, 절박함, 신념, 건강한 무시와 같은 것들이다. 하는 증거들이 자꾸 쌓이고 있다.




4. 불안하지 않은가요

- 그래도 불안하지 않을까. 돈 벌자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삶에서는 상당히 멀어져 있는데.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데.



막내분은 이전에 직장생활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안정적 월급을 받는 생활이 그립거나 하진 않나요?

막내) 그렇.. 긴 하죠ㅋㅋㅋ 너무 돌아다니니까. 하지만 같은 하루가 없어서 좋아요.

"이걸 매일 해야하나"는 생각은 안드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 감사해요.


좋아하는 걸로 돈벌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둘째) 저는 돈 벌거에요!

막내) 옛날에는 무조건 좋아하는 걸 따라가야 돈도 따라온다는 가치관이 강했는데. 돈 때문에 싫은 일을 꾸역꾸역 하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해요. 며칠 동안이면 모르겠지만,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잖아요? 좋아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차피 좋아하는 것 자체가 많으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돈 버는 일이어야 하나요?

제 생각엔 좋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배울 게 있냐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만약에 회사를 다니더라도 내가 배울 게 없고 그러면 그 순간부터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아요.

둘째) 그런데 그만큼 시간을 쓰는 거잖아.

막내) 그렇지. 그것 때문에 다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냐.

 

주변 사람들도 본인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나요? 친구나 손님 등등

막내) 저랑 비슷하진 않은 것 같아요. 주변에 자영업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그분들은 재무적인 감각이 있어요. 마인드도 많이 다르고, 그게 다 공간에 반영되고.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일본에 가면 주인의 특색이 드러난 가게들이 많이 있잖아요. 여기도 누나와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믹스 앤 매치해놓은 공간이거든요.




5. 그리고 남은 이야기..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면 뭘까요?

막내) 음.. 어렵네요. 성훈님의 무기는 뭔가요?  


어렵죠.. 저도 이 질문에 대답하는데 며칠이 걸린 것 같은데, 저는 호기심이요. 그게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이해하는 동력이예요.

막내) 좋네요. 저는.. 도전을 많이 해보는 것? 배우고 싶은 게 많고,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관찰자가 아니라 손으로 만드는 일이요.


인터뷰가 끝나고, 이틀이 지난 뒤 다시 물었다. 두려워하는 게 있는지.

둘째) 저는 버려지고 거절당하고 비난받고 혼나는게 두려워요. 버려지지 않으려고 잘보이려 하고, 거절당하지 않으려고 애매하게 쿨한 척하고, 비난받기 싫어서 죄책감을 가지고, 혼나기 싫어서 애초에 긴장하고 완벽해지고 싶나봐요. 그래서 늘 고됨ㅋㅋ


매번 좋아하는 걸 한다고 하셔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줄 알았어요.

둘째) 그래서 충동적인 거져ㅋㅋ 거침없이 하고, 상처받고, 근데 또 하고있고.





질문할까 말까 망설였다. 뭔가를 두려워하는 사람 같지 않아보여서. 첫걸음을 떼는 용기를 물었더니, "그냥 타고난 거야!"라는 답을 들은 것 같았다. 내가 참고하고 따라할 영역은 아니라는 게 허망했다. 일단 시작하는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결국 모른채로 끝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도 많은 걸 두려워했고, 여전히 두려워한다. 한번 더 물어보길 잘했다. 덕분에 그 사람도 두려워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울면서라도 걸어가는 사람임을 알게 됐다. 덕분에 나도 첫걸음을 떼는 부담이 조금은 덜어지겠다. 당장의 변화는 없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바뀌는 방식도 의미있지 않을까.






R.P.G. Shine by W&Whale



또 이보다 더 나빠진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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