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내내 즐거울 수는 없다. 희로애락이란 말이 있는 이유도,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감정변화를 겪는 존재라는 것을 옛 선인들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동양에서의 그 희로애락을 요즘 정서에 맞게 만든 빼어난 작품이 바로 '인사이드아웃' 시리즈 아니던가. 라일리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위해서는 기쁨이만큼이나 슬픔이라는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이는 비단 사람 감정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처음엔 참 싫었지만...(출처 : PIXAR)
음악에서 코드를 얘기할 때 메이저 코드는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마이너 코드는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는 것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마이너 코드에 대해서는 사람의 감정을 슬프게 만든다고 생각해서인지 살짝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요 등 아주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마이너 코드가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 소위 '머니코드'라고 불리는 대중적인 코드 진행에도 마이너 코드는 너무나 당연하게 포함이 된다. 만약 메이저 코드로만 곡을 만든다면 무한도전 속 노홍철과 같은 극단적인 조증의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기타를 배울 때 가장 처음 접하는 마이너코드는 아마 Am일 것이다. 운지법도 쉽고 기타 곡에 정말 많이 쓰이는 코드이기 때문이다. 故 김광석의 '거리에서'라는 곡의 첫 소절인 '거리에~'에 사용되는 코드가 바로 Am다. '라-도-미'로 구성된 이 코드는 위에서 얘기한 머니코드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기도 하고, 슬픈 곡에서는 그 우울함을 잘 표현해 주고, 밝은 곡에서는 곡 중간중간에서 분위기를 서정적이고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신나고 흥겨운 곡 안에서도 분위기가 너무 방방 뜨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는, 아주 매력적인 코드다.(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타 코드계의 슬픔이가 아닐까
기타 연습을 하며 코드 진행 중에 Am가 나오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다. 너무 달리지 말고, 너무 들뜨지도 말고 살짝 걸으면서 안정을 찾는 건 어떠냐며 말을 거는 느낌이랄까. 살면서 신이 날 때도 있지만 마냥 좋을 것만 같은 순간이 지나면 마음 아픈 일도 생기고, 그러다가 또다시 행복한 날이 찾아오는 것 같더니만 언제 그랬냐는 듯 우울감에 빠지는 시기가 오지 않던가. 라일리에게 기쁨이와 슬픔이가 번갈아가면 찾아오듯이. 그러고 보면 음악의 진행과 삶의 모습은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슬픔의 순간이 있어야 기쁨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약간의 우울모드에 있을 때 자기반성이나 성찰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는 것도 서로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할 때 주로 발생하니까. 그러니 지금 잠시 힘들고 우울하더라도, 그건 내가 연주하는 노래의 Am코드가 진행되고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러다가 다시 밝은 메이저 코드의 구간으로 진입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 슬픔이의 역할이 끝나고 나면 다시 기쁨이가 찾아올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