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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Dec 03. 2024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by 오석준)

함께 할 그들이 있으신가요?

이대로 거짓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대를 사랑해
말없이 믿으면서 오가는 두 마음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오석준,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中)


나의 즐거움 중 하나인 LP 바에 갈 때마다 나는 아주 잦은 빈도로 이 노래를 신청한다.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과 이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거나, 운이 좋아 기분 좋게 떼창이라도 하게 되면 그냥 그날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친구가 된 기분이 든다. 노래 한 곡으로 모르는 사람들과의 왠지 모를 따뜻하고 좋은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가게 밖을 나서면 다시 못 볼 사람들이지만.


이 노래는 사실 아주 애틋한 내용의 사랑 노래지만, 난 이 곡을 들으면 좋았던 사람들과 함께 냈던 많은 밤들이 생각난다.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재밌고 즐거웠던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돈이 없던 백수 시절, 외대 후문 앞 '포장차마'(포장마 아님 주의)에서 각자 돈을 모아 소주에 꽁치김치찌개나 대합탕 하나 시켜놓고 온갖 얘기를 나눴던 형들과 동기들이젠 회사에 치이고 애들 키우고 사느라 정신이 없겠지.


좋은 사람들과 밤늦도록 깔깔대고 얘기 나누며 즐거워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럴 일이 별로 없는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도 큰 재미를 주지 않고, 그래서 이젠 술을 마셔도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기만 하다.  반복되는 추억 이야기는 진부하고, 뉴스에 대한 대화는 짜증만 날 뿐이니까. 꿈과 희망을 얘기하기엔 조금 민망해진 지금, 사람들과 우르르 모여 신나게 웃을만한 자리가 정말 많이 없어져 버렸다.


난 앞으로도 LP 바에 가면 종종 이 노래를 신청하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까지 내 곁에 남아있는, 그곳에 같이 갈 정도의 친밀함이 있는 사람들과 기분 좋게 취해 있을 것이고, 그날 같은 술집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 노래를 즐기는 재미도 있을 테니까. 오석준의 쨍하지만 담백한 목소리에 실린 그 애틋한 가사는 앞으로도 그리운 사람들과 좋았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타임머신이 되어 주겠지. 그때 그 좋았던 밤을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 좋은 밤 보내시길.


https://youtu.be/luaONek5RT4?si=1SfdTWKzh0g3Ftp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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