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거짓 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대를 사랑해 말없이 믿으면서 오가는 두 마음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오석준,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中)
나의 즐거움 중 하나인 LP 바에 갈 때마다 나는 아주 잦은 빈도로 이 노래를 신청한다. 다른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과 이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거나, 운이 좋아 기분 좋게 떼창이라도 하게 되면 그냥 그날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친구가 된 기분이 든다.노래 한 곡으로 모르는 사람들과의 왠지 모를 따뜻하고 좋은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물론 가게 밖을 나서면 다시 못 볼 사람들이지만.
이 노래는 사실 아주 애틋한 내용의 사랑 노래지만, 난 이 곡을 들으면 좋았던 사람들과 함께 보냈던 많은 밤들이 생각난다.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재밌고 즐거웠던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돈이 없던 백수 시절, 외대 후문 앞 '포장차마'(포장마차 아님 주의)에서 각자 돈을 모아 소주에 꽁치김치찌개나 대합탕 하나 시켜놓고 온갖 얘기를 나눴던 형들과 동기들은 이젠 회사에 치이고 애들 키우고 사느라 정신이 없겠지.
좋은 사람들과 밤늦도록 깔깔대고 얘기 나누며 즐거워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럴 일이 별로 없는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도 큰 재미를 주지 않고, 그래서 이젠 술을 마셔도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기만 하다. 반복되는 추억이야기는 진부하고, 뉴스에 대한 대화는 짜증만 날 뿐이니까. 꿈과 희망을 얘기하기엔 조금 민망해진 지금, 사람들과 우르르 모여 신나게 웃을만한 자리가 정말 많이 없어져 버렸다.
난 앞으로도 LP 바에 가면 종종 이 노래를 신청하지 않을까. 그래도 아직까지 내 곁에 남아있는, 그곳에 같이 갈 정도의 친밀함이 있는 사람들과 기분 좋게 취해 있을 것이고, 그날 같은 술집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이 노래를 즐기는 재미도 있을 테니까. 오석준의 쨍하지만 담백한 목소리에 실린 그 애틋한 가사는 앞으로도 그리운 사람들과 좋았던 시간을 떠올리게 만드는 타임머신이 되어 주겠지.그때 그 좋았던 밤을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 좋은 밤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