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사람들아 모두 모여라 내 말 좀 들어보려마 가로등불 졸고 있는 골목에서 우린 얘길 했다네 별들은 샘이 나서 삐쭉거리고 달님은 노래 부르네 사랑은 소리 없이 다가와 내 마음 깊은 곳으로 (배철수, '사랑 그 아름답고 소중한 얘기들)
머리가 복잡하고 사람들이 미워지는 날이 오면 일부러 찾아 듣는 노래들이 있다. 그 조건 중에 하나는 가사가 유치할 정도로 순수하거나 예쁘고 멜로디가 단순해야 한다는 것.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날카로워졌던 감정이 다소나마 누그러지는 게 느껴진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배철수 형님이 무려 40년 전에 부른 이 노래는 나의 힐링곡이다.
너무나 미려하고 잘 다듬어져 마치 한 편의 문학 작품 같은 가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별들은 샘이 나서 삐쭉거리고 달님은 노래 부르네'라는 가사는 발 붙일 공간도 없을지 모르겠지만 저런 감성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아이들의 순진함과 해맑음이 어른들에게 힐링을 안겨주는 것처럼, 다소 유치할지 몰라도 순수한 마음이 담긴 가사들이 듣는 이를 피식 웃게 만들면서도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소위 '레트로'라고 불리는 예전 노래들이 다시금 인기를 얻는 이유는, 세대를 불문하고 위로가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설령 살짝 촌스럽고 유행이 지났더라도, 예전 노래들이 지닌 인간미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철수 형님의 가창력이 탁월하지 않음에도, 노래의 멜로디가 세련되지 않음에도 힘들 때 이 노래를 찾는 이유는 이 노래가 가진 그 따뜻한 인간미에 있다.
지금도 나는 퇴근을 하고 회사 건물 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헤드폰을 뒤집어쓰고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집으로 향한다. 배철수 형님의 무심하지만 따뜻한 목소리에 실린 언어들은 투박하기 때문에 위로가 된다. 누가 중년이 된 나에게 저런 형과 같은 털털한 말투로 사는거 그거 별거 아니니 노래나 한 곡 듣고 가라고 해줄 수가 있겠는가.
앞으로도 먼 훗날까지 라디오 부스를 지켜주세요
젊은 시절, 내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라디오 PD가 되었더라면 한 번쯤은 철수 형님과 같은 라디오 부스에서 좋은 노래를 선곡하며 일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을까. 비록 그런 날은 오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충성스러운 청취자로 남아 있을 테니 부디 오래오래 라디오 부스를 지켜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형님의 목소리와 선곡, 그리고 아주 예전에 부른 노래들이 중년이 된 나에게 말할 수 없이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