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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Dec 08. 2024

흘러간다(by 이한철)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어요

흘러간다 바람을 타고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시린 마음 가녀린 손끝 옷깃을 세우고 흘러간다
(이한철, '흘러간다' 中)


무도하고 파렴치한 자들의 행태를 지켜봐야 했던 며칠 동안 마음이 너무 참혹했다. 급체를 한 것처럼 속이 꽉 막혀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을 꾹꾹 억누르며, 한 줌의 무리들이 우리의 권리와 생존권까지 박탈하려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아야 했다. 심지어 국민의 대표라는 인간들이 내란범의 편에 서서 탄핵 투표를 거부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목도했다. 이런 날이 다시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이래야 할 날이 또 올 줄은 정말 몰랐다...(광화문, 2017)


왜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길은 늘 이토록 험난한 것일까. 사람들의 욕망을 자양분 삼아 독버섯처럼 자라나 기득권을 차지하는 이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바램과 이반되는 행보만을 고집한다. 최소한의 상식이나 염치 따위도 내팽개쳐두고, 감히 누가 나에게 딴지를 걸 것이냐는 듯 안하무인의 자세를 고집하다 결국 초라하게 쫓겨나는 장면이 또 반복될 분위기다. 한 사회가 진보하는 것엔 늘 이런 고통이 따라야 하는 것일까.


정말 다행인 것은, 그런 무뢰한들이 폭력과 협잡으로 짓누르기엔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너무나 커져버렸다는 사실이다. 계엄령을 불과 세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가장 민주적인 절차로 저지하고, 이를 위해 모인 시민들이 군인과 경찰들의 앞을 가로막고 그들의 행위를 영상에 박제해 버리며 맞서는 모습을 어떤 나라에서 또 볼 수 있단 말인가. 이렇듯 우리는 가슴 아픈 독재의 역사를 시민의식으로 극복해 가며 또 한 번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있는 중이다.


비록 아프고 상처 입고 분노하더라도... 이한철의 노래처럼 모든 것은 흘러간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퇴보하고 후퇴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해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지 않았던가. 감히 독재정권 시대를 흉내만 내도, 시민들의 생명을 우습게 알았다가는 우리 손으로 뽑은 지도자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지 않았던가. 1보 후퇴 후 2보 전진하기 위해, 지금은 1보 후퇴의 시간이라고 믿고 싶다. 사필귀정은 분명 존재할 테니까.


결국 또... 6년 전처럼 한겨울에 촛불을 들게 되었다...(종로, 2016)




너무 화가 나서 어찌할 줄 모르겠을 땐, 이렇듯 우리를 잔잔하게 달래주는 음악이 있다는 게 사무치도록 고마워진다. 이 또한 지나가고 흘러갈테니... 시린 마음과 가녀린 손끝을 서로의 온기로 데워주고, 옷깃을 세우고 지금의 찬 바람을 견디자며 이미 많은 것을 겪은 마음 착한 삼촌이 우리를 달래주는 것 같아 마음이 찡해진다. 너무 불안해하지도, 짜증 내지도 말고 좋은 노래 듣고 위로받으며 각자의 마음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테니까.



https://youtu.be/bk6hKl3OBaM?si=DlwHkU7xDqwzZ8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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