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어요
흘러간다 바람을 타고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시린 마음 가녀린 손끝 옷깃을 세우고 흘러간다
(이한철, '흘러간다' 中)
무도하고 파렴치한 자들의 행태를 지켜봐야 했던 며칠 동안 마음이 너무 참혹했다. 급체를 한 것처럼 속이 꽉 막혀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을 꾹꾹 억누르며, 한 줌의 무리들이 우리의 권리와 생존권까지 박탈하려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아야 했다. 심지어 국민의 대표라는 인간들이 내란범의 편에 서서 탄핵 투표를 거부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목도했다. 이런 날이 다시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왜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는 길은 늘 이토록 험난한 것일까. 사람들의 욕망을 자양분 삼아 독버섯처럼 자라나 기득권을 차지하는 이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바램과 이반되는 행보만을 고집한다. 최소한의 상식이나 염치 따위도 내팽개쳐두고, 감히 누가 나에게 딴지를 걸 것이냐는 듯 안하무인의 자세를 고집하다 결국 초라하게 쫓겨나는 장면이 또 반복될 분위기다. 한 사회가 진보하는 것엔 늘 이런 고통이 따라야 하는 것일까.
정말 다행인 것은, 그런 무뢰한들이 폭력과 협잡으로 짓누르기엔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너무나 커져버렸다는 사실이다. 계엄령을 불과 세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가장 민주적인 절차로 저지하고, 이를 위해 모인 시민들이 군인과 경찰들의 앞을 가로막고 그들의 행위를 영상에 박제해 버리며 맞서는 모습을 어떤 나라에서 또 볼 수 있단 말인가. 이렇듯 우리는 가슴 아픈 독재의 역사를 시민의식으로 극복해 가며 또 한 번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있는 중이다.
비록 아프고 상처 입고 분노하더라도... 이한철의 노래처럼 모든 것은 흘러간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는다. 지금은 퇴보하고 후퇴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해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지 않았던가. 감히 독재정권 시대를 흉내만 내도, 시민들의 생명을 우습게 알았다가는 우리 손으로 뽑은 지도자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지 않았던가. 1보 후퇴 후 2보 전진하기 위해, 지금은 1보 후퇴의 시간이라고 믿고 싶다. 사필귀정은 분명 존재할 테니까.
너무 화가 나서 어찌할 줄 모르겠을 땐, 이렇듯 우리를 잔잔하게 달래주는 음악이 있다는 게 사무치도록 고마워진다. 이 또한 지나가고 흘러갈테니... 시린 마음과 가녀린 손끝을 서로의 온기로 데워주고, 옷깃을 세우고 지금의 찬 바람을 견디자며 이미 많은 것을 겪은 마음 착한 삼촌이 우리를 달래주는 것 같아 마음이 찡해진다. 너무 불안해하지도, 짜증 내지도 말고 좋은 노래 듣고 위로받으며 각자의 마음을 잘 챙겼으면 좋겠다. 결국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테니까.
https://youtu.be/bk6hKl3OBaM?si=DlwHkU7xDqwzZ8Z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