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별은 슬프다지만...
'신지혜의 영화음악'이 끝났다. 라디오 PD를 준비한다고 까불 때부터 들었으니 약 19년을 들어온 프로그램이다. 신영음이 선정한 영화음악 100곡을 CD로 만들어 듣기도 했고, 마음 둘 곳 없던 백수시절엔 아예 아침 11시부터 한 시간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정하고 고시반 구석자리에서 신영음을 들으며 아침을 보냈다. 취업을 하고 평일 아침이 내 의지와는 다른 생활로 채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주말 아침에 커피를 내리며 듣는 신영음은 뭐랄까... 한 주간 내 마음에 쌓인 오욕들을 씻어내는 그런 정화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생활의 일부였던 신영음이 끝났다. 11시가 되면 영화 일 포스티노의 OST인 'Bicycle'이 흐르며 시작됐던 DJ 멘트도 이젠 들을 수 없겠지.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늘 마음이 아프곤 했지만, 이번엔 그냥 아프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그런 공허함 때문에 마음이 좀 힘들다. 한 시대가 저물어 간다는 생각, 내 20대부터 40대까지의 한 구석을 차지하던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그런 생각 때문이려나.
몸이 안 좋아 휴식을 갖던 시기를 빼고는 무려 25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는 그 무게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제 또 어디서 영화음악을 들어야 할지, 아니 들을 마음이나 날런지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 한때나마 라디오 PD란 꿈을 갖게 해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개해줬던 멋진 음악들로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 준 신지혜 DJ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