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출근하다 보면 회사 건물 외벽을 청소하고 계시는 분들을 보게 된다. 두 가닥의 줄에 자신의 몸을 의지해가며 공중에 매달려 일을 하는 모습을 출근길에 보는 날이면, 과연 나의 밥벌이는 이렇게 안온해도 되는 것인지를 묻게 되곤 한다.
workers(명동, 2021)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노동의 형태는 다양하다. 나처럼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전화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는 사무직이 있는 반면, 더위나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몸과 기술을 자산으로 삼아 육체노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옛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종류의 일은 이 사회가 돌아가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며 그 일들 간에 차등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상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린 정말 상식에 따라 살고 있는 것일까.
공부 머리가 좋아 명문대 입시 또는 고시에 합격하거나, 운 좋게 대기업에 취업하여 사회에서의 시작점을 남들보다 우위에 서서 시작한 이들이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보다 우월하다는 잠재의식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작금의 혼란들을 일으킨 사람들 역시 그 우월하다는 위치를 점한 자들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일, 아니 노동의 종류를 따지는 것에 대하여 다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난 오늘도 출근길에 잠시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이제 곧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겠지만... 오늘 나의 노동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지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나보다 훨씬 고된 일을 하면서도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소명의식으로 일하시는 분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이 일을 언제까지 할지 기약은 없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좀 더 성실하게 사는 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