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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by 삐삐밴드)

그래도 서로 인사하자구요. 안녕하세요~

by radioholic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괜찮으세요? 수고가 많아요.
우리 강아지는 멍멍멍 옆집 강아지도 멍멍멍
안녕하세요? 오오 잘 가세요. 오오
(삐삐밴드, '안녕하세요' 中)


안녕 (安寧) : 1. 아무 탈 없이 편안함.


'안녕'이란 말을 쓰기가 참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 2025년 새해를 맞이했지만,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사전적 의미에서의 안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사책에서나 보던 '계엄'을 멀쩡히 두 눈 뜨고 얻어맞은 것도 황망한데, 그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정말 사람들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듯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 않던가.


다운로드 (1).jpg 이런 상황의 연속인 나날들이다


이럴 때일수록 비록 작지만 즐거움을 주는 일에 몰입하고, 마음의 평정을 도모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쓰지만 온통 보고 들리는 소식들이 어수선하니 그마저도 참 쉽지가 않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유쾌하고 편한 사람들과 안부라도 물으며 심정적으로 서로 기댈 수 있는 유대감이 아닐까. '안녕'을 찾기 위해 서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라도 주고받는 것은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



안녕 (安寧) : 2. 편한 사이에서, 서로 만나거나 헤어질 때 정답게 하는 인사말.


안녕하시냐는 인사 한마디가 때론 정말 큰 힘이 된다. 힘든 시기일수록 이런 일상의 언어들을 주고받으면서 아직 난 혼자가 아니라는 안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지금 안녕하시냐는 물음도 될 수 있지만, 앞으로 안녕하시라는 사려 깊은 바램이 될 수 있어서 참 예쁜 말인 것 같다. 그러니 이런 힘든 시기일수록 더 크고 상냥하게 인사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삐삐밴드가 이 노래에서 끊임없이 외치는 것처럼 아주 발랄하게 말이다.




삐삐밴드의 '안녕하세요'를 들으면 그냥 힘이 난다. 이윤정의 요상 야릇한 발성을 타고 터져 나오는 저 '안녕하세요 오오오오~'란 가사가 귀에 들어오면 무방비 상태에서 툭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고, 그래서 온몸에 도파민이 샘솟는 그런 기분이랄까. 굳이 복잡한 내용은 필요 없이, 이렇게 직관적으로 안녕하시냐고 물어보면, 안녕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유쾌한 노래다.


비록 삐삐밴드는 시대를 너무나 많이 앞서가서 괴상하고 유니크하다는 취급을 당하고 그들에 능력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슬픈 밴드지만, 무려 20년 전에 나온 그들의 이 노래는 이렇게 살아 숨 쉬며 지금 힘들어하는 우리를 위로한다. 식사는 하셨냐고, 괜찮냐고, 수고가 많다고... 그러니 이제 어서 빨리 안녕하시자고 말이다. 별다른 좋은 일이 없던 오늘이었지만, 퇴근하고 집에 오는 퇴근길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살짝 안녕해진 것 같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모두 내일은 조금 더 안녕하시길 바라며. 안녕하세요!!!


https://youtu.be/Q0oQssJVCF0?si=fqLG4dYFi2M6_c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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