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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남는 거야(by 더클래식)

과거를 잊은 어른들이 들어야 할 노래

by radioholic
어려서는 뛰어놀아라
튼튼해지도록
젊었을 땐 나가 놀아라
신나게~~
(더클래식, '노는 게 남는 거야' 中)


노는 게 제일 좋고 공부라면 진절머리가 나던 나에겐, 대학입시 준비를 하던 고등학교 시절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특히 수학책을 펴면 마치 머릿속 회로가 끊어진 것과 같은 무력함에 절망했고, 지금도 난 군대시절 꿈은 꾸지 않지만 수학시험을 보는 악몽을 1년에 한두 번은 꼭 꾼다. 예전에 어른들이 말씀하셨듯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단, 수학이란 과목이 없다는 전제 하에.


그 시절 나는 우리 세대가 지나면 이런 입시 지옥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난 어쩔 수 없이 구시대의 잔재인 대학 서열화의 폐해를 감내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가 되면 대학 입시를 위해 그 좋은 시절을 책상 앞에서만 보내야 하는 야만의 시대는 없어질 거라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입시 준비는 더 치열하고 힘들어졌고, 학생들은 내 학창 시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난 아이를 낳지 않았다. 미래는 정말 알 수 없는 법이다


얘들아~ 실컷 놀아두렴(@Kyoto)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학원 간판은 더 늘어나는 것 같은 건 그냥 기분 탓일까. 그 앞에서 아이들 픽업을 위해 줄지어 서있는 차들을 보면, 엄마와 아이들 모두를 힘겹게 만드는 이런 교육 제도는 대체 뭘 위한 것인가 싶다. 그 엄마들 역시 한 때 나처럼 입시에 괴로워했던 사람들 중 하나일 텐데. 세상은 진보하는 게 맞는 것일까.




무려 30년 전에 나온 이 노래를 지금 다시 들으니 너무 비현실적이라 아름답게 들리기까지 한다. 너무 많은 꿈들이 네 앞에 있으니 그날을 기다리며 마음을 편하게 갖고 놀라고 얘기해 주는 그런 부모님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공부만으로는 이 험한 세상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 세대는 자식 세대들을 다그친다. '너 공부 안 하고 커서 뭐 될래!'라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퍼토리와 함께.


TV에 나오는 금쪽이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고 한심해하기 전에, 우리가 그 아이들을 그렇게 힘겹게 만든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면서 밝게 자랄 자유를 박탈한 채 우리 욕심대로만 키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서 더클래식이 흥겹게 부른 이 노래는 들었던 거를 잊은 어른들이 꼭 들어야 할 노래다. 그리고...


얘들아... 아저씨가 되어 보니깐
노는 게 남는 거란 말이 맞는 것 같아^^



https://youtu.be/E-OKjPUbTRg?si=Z5FWlb0fvwQ4no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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