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세상은 어렵다...
기쁨 만이 가득한 세상 우리 모두 그리워하는
그러나 그리 쉽게 올 것 같지 않은 세상 어려운 세상
이 세상의 모든 무기는 아름다운 꽃이 되어서
싸우고 미워하는 세월은 끝이 났으면 끝이 났으면
(이두헌, '어려운 세상' 中)
사람들이 먼 옛날부터 '유토피아', '이상향'이라 부르며 꿈꿔왔던, 모두가 잘 살고 평화로운 세상은 오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 같다. 남들보다 더 높은 자리를 점하며 부와 명예를 차지하려 하는 인간의 욕망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을 표방했던 공산주의가 소멸했던 이유도 결국은 타인에 비해 더 잘 살고 싶은 개인의 욕망이란 상수를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은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이라기보다는, 예전에 비해 비참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전쟁과 같은 파국적인 상황을 함께 막으려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택할 수는 없지만 최악 대신 차악을 택하는 정도는 가능한 그런 수준이 현재의 세상이 아닐까.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살 만큼의 부가 쌓였고, 기술도 엄청나게 발전하였지만 그런 발전이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서글프다.
비단 물질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이제 우린 어느 정도 안정된 제도 하에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적 룰을 만들어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많은 선배 세대들이 상징적 의미가 아닌 진짜 피를 흘려가며, 심지어 목숨까지 잃어가며 힘겹게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틀을 어느 미친 자가 조롱하고 파괴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그 자는 검찰 시절 익힌 알량한 법기술을 이용해 사법체계와 대의 민주주의를 희롱하며 자기 집으로 기어들어가 따뜻한 밥을 먹고 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지 않을까.
이번 주에도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떤 이유에서 지연되는지 알 수 없지만 작년 말부터 그 소식을 기다려 온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되고 그 갈등을 이용해 돈을 벌 목적으로 같은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라 부르는 게 맞는지 회의가 드는 야만인들도 점점 늘어만 간다. 마음이 너무 우울해져서 플레이리스트를 뒤적이다가 이두헌의 '어려운 세상'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으니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작년 어느 날 퇴근길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다섯손가락의 이두헌 님이 나와서 기타를 튕기며 나지막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듣고는 길 한복판에서 잠시 고장이 난 것처럼 멍해져 버렸다. 예순을 훌쩍 넘은 어른께서 세상은 여전히 어렵다며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이 그립다는 가사를 읊조리는 것을 들으니 나만 세상이 어려운 건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얻었다.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여도, 세상살이는 쉽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던 날이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겹게 버티며 애써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잘 살 수는 없지만, 같은 입장에서 살고 있는 동지가 있다는 건 꽤나 힘이 나는 일이니까. 요즘같이 우울하고 어두운 시기에는 특히 그렇지 않겠는가. 그리고 제발... 다음 주에는 우리 모두가 기다리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호위호식에 파국을 알리는 파면과 탄핵의 소식이.
https://youtu.be/owByazI85eI?si=gz3R7Ne3dMbxL5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