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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17. 2024

핑계

시간이 없다는 말의 부박함

코로나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3년 전 초가을의 어느 날 저녁...

살짝 늦은 퇴근을 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지하철역 입구 옆에 한없이 편한 자세로 책을 읽는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그 곁을 스쳐가던 사람들은 남루한 행색의 그를 조금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기도 했지만

난 그 사람을 보며 앞으로는 절대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책을 읽을 성의도, 인내도, 지적 욕구도 없다고 솔직히 고백할지언정.

카페에 가지 않아도, 의자가 없어도, 진지한 표정이 아니어도 책 읽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길거리 독서를 즐기던 그가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스스럼없이 말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돌아보면 시간은 늘 있었고,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내 의지가 없었을 뿐이다.

모두에게 시간이란 건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고, 그걸 어떻게 쓰는지는 각자의 몫이니까.

누군가는 하고 있는 것을 하지 못하는 건 시간이란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내 탓이다.


시간에겐 잘못이 없다.



"reader"(을지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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