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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시모(by 토이)

그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감정

by radioholic
내 한숨은 길을 빙빙 돌아
쓸쓸한 밤 날 찾아온 메아리는
그대 미소 그대 목소리
(토이, '피아니시모' 中)


피아니시모(pianissimo) : 매우 여리게


난 피아노를 칠 줄 모르지만, 내가 그나마 연주할 줄 아는 기타에서도 피아니시모는 참 어려운 기호다. 음을 아주 여리게 치면서도 듣는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연주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약하게 연주하면 잘 들리지 않고, 연주의 강도가 세지면 '피아니시모'라는 메시지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만다.


노래를 부르는 김예림의 조심스러운 음성, 음성을 나지막하게 받쳐주는 기타의 섬세한 선율을 듣고 나면 이 곡의 제목이 왜 '피아니시모'인지 딱히 설명 안 해도 알 수 있다. 격정적인 연주가 아니어도, 강렬한 음색이 아니어도 감정을 전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내밀하고 세심한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는 여리고 조용한 톤이 더 어울릴 수 있음을 노래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토이 7집에 실린 이 노래는 사실 밤이 짧아지는 초겨울 저녁 어스름에 듣기에 참 좋은 곡이다. 연말이 다가오고 날이 추워지기 시작할 때, 누군가에 대한 마음을 조심스레 표현하고 싶은 심정 같은 설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 곡을 4월의 완연한 봄에 올리는 이유는, 이 곡을 만든 사람의 목소리를 참 오랜만에 들으며 문득 이 노래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3일간 유희열이 '배철수의 음악캠프' 스페셜 DJ를 맡아 진행을 했다. 'FM음악도시'부터 '라디오천국'까지 꽤나 긴 시간 동안 그가 DJ를 맡은 방송을 들어왔지만, 이번처럼 긴장이 담긴 그의 목소리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 대중들 앞에 나타난다는 것이 얼마만큼의 부담과 두려움이었을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떨림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을 심경을 난 알 도리가 없지만... 간만에 들은 라디오 속 그의 목소리 담긴 조심스러움이 느껴졌기에, 방송이 끝나고 나도 모르게 '피아니시모'라는 이 노래 제목이 떠올랐다. 그 목소리 속 떨림이 자신의 노래와 라디오 방송을 좋아했던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라면 다시 돌아와서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는 게 어떨까. 개인적으론 그 방법이 그가 가장 잘하고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던 라디오란 매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이건 지극히 사적인 내 마음일 뿐이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결국 라디오가 아니었던가(출처 : 뉴스엔)


내 한숨이 길을 빙빙 돌아 쓸쓸한 밤 메아리로 다시 날 찾아온다는 노래 속 가사 들으면, 지친 하루를 보내며 느낀 감정을 밤이 되어 힘겹게 되새기는 사람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런 사람들이 그의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면 때론 익살맞게, 때론 진지하게 들어주고 답해주던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 밤을 잊지 못한 이들이 여전히 유희열을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하고 있으니, 이젠 그가 라디오를 통해 자신에게 애증의 감정을 품은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는 건 어려운 일일까.




'다 카포(Da Capo)'는 곡의 맨 처음으로 가서 다시 연주하라는 악상 기호다. 노래가 담긴 토이 7집 앨범의 앨범 이름이 바로 '다 카포'였다.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토이 앨범을 낼 거란 기대를 했지만, 앨범 제목과 달리 그는 그 이후 토이 앨범을 내지 않았다. 그가 그때 지키지 않은 '다 카포'의 약속을 지금이라도 지켜주면 어떨까. 한 때 그의 작품과 음성을 좋아했던 이들과, 그에 대한 실망으로 돌아선 이들에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고개 숙여 돌아온다면, 어쩌면 사람들이 곁을 내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레 해본다. 그게 언제가 되더라도.


https://youtu.be/-0PdJByiqHc?si=_w_fdwKUJRxmxL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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