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모르겠네 정말 난 모르겠어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지
무엇이 그리도 크길래 욕심이 자꾸 커져만 가나
왜 잡으려고 하니 왜 가지려고 하니
자꾸 그럴수록 외로워져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김수철, '정신차려' 中)
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이유가 저 가사 속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개인이, 혹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욕심과 욕망이 자꾸 커져가고 더 많은 걸 잡고 가지려 들면서 수많은 갈등이 초래되지 않던가. 그렇게 해서 결국 고립되고 외로워진다 할지라도, 당장 손에 움켜쥐는 것이 달콤하기에 사람은 본능적인 욕망을 누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난 어이없는 사람들의 행태를 직간접적으로 볼 때마다 이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제목부터가 너무 멋지지 않은가. '정신차려'라니.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엔 김수철의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그저 깔깔대고 즐거워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무대를 뛰어다니며 기타 치고 노래하는 김수철은 정말 굉장한 엔터테이너였다. 그의 익살맞은 모습에 재미있는 가사와 멜로디가 어우러지니 도무지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국민학교 시절에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이 노래의 후렴구인 '정신차려 이 친구야~'를 부르며 장난치고, 죽이 맞는 녀석들끼리 목청 높여 떼창을 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김수철의 노래를 들으면 '해학'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곤 한다. 비록 웃는 얼굴에 재미있는 몸짓을 곁들인 유쾌한 곡들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가사와 메시지들을 들어보면 마음에 울림을 주는 페이소스들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를 눈물로 보낼 수 있'냐며 님 찾아 꿈 찾아 떠나겠다는 '나도야 간다'도 그랬고, '보석보다 찬란한 무지개가 살고 있는 저 언덕 넘어 내일의 희망이 우리를 부른다'는 '젊은 그대'도 따라 부르다 보면 괜히 울컥해질 때가 있다. 현실은 힘들더라도 꿈과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는 그의 노래는 힘겨운 시간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 시절과 달리 요즘은 이토록 즐겁고 유쾌한 명곡을 듣고도 마음껏 웃을 수가 없다.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뛰쳐나간 정신을 붙들기는커녕, 아무런 수치심과 죄책감도 없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자들의 모습을 목도하고 있는 요즘은 너무나 힘겨운 시간인 것 같다. '정신차려 이 친구야'라는 정감 어린 표현이 아닌, '정신차려 이 xx야'라는 욕설조차 아까운 이들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이 악몽과 같은 시기는 언제쯤 마무리가 될까.
그래서 오늘도 김수철의 '정신차려'를 들으며 내가 정신을 차려본다. 정신 차리길 기대할 수 없는 자들에게 흔들리고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나부터 정신을 똑디 챙겨야 할 테니까. 니들 덕분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이 좋은 노래를 간만에 들었노라고 위로하면서 말이다. 난 니들처럼 말년에 추하게 늙고 외롭게 살아갈 생각이 없으니, 욕심도 조금 내려놓고 손에 좀 덜 쥐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런 정신승리가 이 혼돈의 시대엔 꼭 필요하니 말이다.
https://youtu.be/8QmnBZKOkAc?si=HVOnMh0nbXrZOj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