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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30. 2024

Hi~ Frank~~

지금도 어디선가 색소폰을 불고 있을 당신에게

난 당신의 이름을 알아요, Frank.

꽤 오래전... 덕수궁 돌담길에서 당신이 속해있던 재즈그룹 멤버와 함께 버스킹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당신들의 팬이 되었죠. 무려 한 시간 넘게 당신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으니까요. 그때 그 공연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뛸 정도로 좋았어요. 사진 속 아이들이 짓는 표정이 제 표정과 같았거든요.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당신이 내가 살던 합정 카페거리에서 혼자 버스킹을 한다는 걸 알았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그 거리에서 혼자 또는 지인과 함께, 아니면 기타를 메고 지나가는 사람과 즉석으로 잼을 하며 흥겹게 음악을 즐기던 모습들이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음악을 한다는 게 저토록 즐거운 일이라는 걸 나와는 일면식도 없던 당신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당신이 속해있던 재즈그룹이 해체를 하고, 당신도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당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죠.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참 많이 슬펐어요. 지친 퇴근길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카페거리에 울려 퍼지는 당신의 색소폰 소리에 참 많이 위안을 받았거든요. 그렇게 나 혼자만의 헤어짐을 맞이한 후 당신을 잊고 있다가 문득 당신이 혼자 색소폰을 불던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을 보고 그때 그 감정이 떠올랐어요. 평소와 달리 저 날은 당신이 왠지 모르게 좀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던 기억이 나네요.


잘 지내는 거죠 Frank? 지금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장난도 치고 옆자리에 앉혀 노래도 부르게 하면서 그렇게 유쾌한 삶을 살고 있는 거죠? 여전히 당신은 날 모르고, 나도 앞으로 당신을 볼 기회가 없겠지만 당신의 삶이 음악과 함께 늘 행복하길 바래요. See you later~~


"Frank"(합정,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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